자동차 업계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내리막길을 걸은 완성차 판매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8일 현대·기아·르노삼성·한국GM·쌍용차 등에 따르면 이들 완성차 제조사 5개사 9월 판매량은 67만 8549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57만 9133대)보다 17.2%, 지난해 같은 달(66만 3606대)보다 2.3% 각각 늘어난 수준이다.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차가 9월에 36만 762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1년 전(37만 910대)보다는 못 미치지만 8월(31만 8700대)에 비해 13.2%나 증가했다.
현대차는 내수시장에서 6만 7080대를 판매했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그랜저(1만 1590대)와 아반떼(9136대), 팰리세이드(5069대), 싼타페(4520대)가 내수를 이끌었고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제네시스 G80이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6040대나 팔렸다.
현대차 해외 판매는 29만 3682대를 나타냈다. 1년 전 33만 771대를 판매하며 30만 대를 가뿐히 넘어섰지만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잡히지 않아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다만 지난달(26만 4110대)보다는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기아차는 9월 한 달간 26만 23대를 판매했다. 내수시장과 해외시장 모두 전년과 전월 대비 판매가 증가해 가장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내수는 전년동월 대비 21.9%, 전월 대비로는 33.1% 늘어난 5만 1211대를 기록했고 해외 판매는 각각 7.7%, 16.9% 증가율을 보이며 20만 8812대까지 올라섰다.
기아차의 글로벌 최대 판매 모델은 스포티지(3만 3999대)와 셀토스(3만 1144대), K5(2만 5365대)다. 스포티지는 북미와 유럽에서, 셀토스는 한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서 선전했다. 국내에서는 8월 출시된 신형 카니발이 1만 130대나 팔리며 월간 판매 1위 모델에 등극했다.
내수와 수출 모두 1년 전과 전월보다 좋은 실적을 거둔 데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악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적극적인 리스크(위험) 관리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내수와 수출 모두 가장 눈에 띄게 판매가 증가했다. 한국GM 지난달 판매량은 전월(2만 7747대) 대비 46.1%, 전년동월(2만 1393대) 대비 89.5% 늘어난 4만 544대를 판매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시저 톨레도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트레일블레이저 등 쉐보레 제품을 향한 긍정적 반응을 바탕으로 상승 모멘텀(동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오랜 부진에 시달린 쌍용차에도 서광이 비쳤다. 쌍용차 9월 판매량은 1년 전(1만 285대)보다 4.4% 감소했으나 전달(8027대)과 비교하면 22.5% 증가한 9834대를 나타내며 '1만 대 판매 시대'을 눈앞에 뒀다.
쌍용차는 4분기 티볼리 에어를 재출시하고 코란도 특별판 'R-플러스(Plus)'를 내놓으며 내년 신차 출시 전까지 회복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차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르노삼성차는 9월 총 7386대를 판매했는데 전월 대비 2.4%, 전년동월 대비로는 51.4% 감소했다. XM3와 QM3가 각각 3187대, 1729대 내수 판매를 떠받쳤으나 전체적인 감소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전량 수출되던 닛산 '로그'가 올해부터 물량이 끊겨 1년 전 실적에서 5400여 대가 한꺼번에 사라진 영향이 컸다. 다만 내년 상반기 XM3 유럽 수출이 확정된 만큼 향후 공백을 메울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내 브랜드 선전 소식은 미국에서도 들려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승용차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 점유율은 8.9%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1년(8.9%)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기에도 국내 공장 가동이 지속하며 생산능력을 유지한 결과 (코로나에 따른) 주요국 봉쇄 조치 해제 이후 수요 급증에 대비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해외 제조사들도 정상화에 속속 나선 탓에 판매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라며 "노사관계 안정과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고 정부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