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에 대한 신임 회장 선임건을 승인, 2년 1개월 만에 정 부회장은 그룹 수장에 올랐다.
지난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신임 회장이 그동안 주도했던 미래차 사업이 성공적으로 평가되면서 향후 경영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해진 수순 밟기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정 신임 회장의 경영 체제와 함께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출범 10년 만에 세계 5위의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시키고 글로벌 자동차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정몽구 회장은 그룹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미래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한다는 그룹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핵심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이날 전 세계 그룹 임직원들에게 밝힌 영상 취임 메시지를 통해 '고객'을 필두로 '인류, 미래, 나눔' 등 그룹 혁신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하며 고객이 본연의 삶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한다"며 "고객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지론인 고객 존중, 고객 행복이라는 가치의 새로운 창출의 당위성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정 회장은 "고객의 평화롭고 건강한 삶과 환경을 위해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고객의 가치를 인류로 확장했다. 정 회장은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다"고 표명했다.
이를 위한 새로운 도전과 준비도 역설했다.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를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라며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시켜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삶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핵심 성장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나눔을 통한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변화도 힘주어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주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사회의 다양한 이웃과 소중한 결실을 나누고, 이웃과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소신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이어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들이 인류의 삶과 안전, 행복에 기여하고 다시 그룹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수평적 소통과 자율을 기반으로 그룹 체질 개선과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 구현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전 세계 사업장의 임직원 모두가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룹의 성장과 다음 세대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은다면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임직원의 귀중한 역량이 존중 받고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소통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이와 함께 범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그룹 임직원들에게 미래를 향한 담대한 여정으로의 동참을 당부했다.
또한 그는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서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아 노력하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경영대학원을 나와 1999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이후 2002년 현대차 전무, 2003년 기아차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는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아 왔다.
특히 정 회장은 기아차 사장 당시 디자인경영을 통해 기아차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현대차 부회장 재임 기간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에 맞서 성장을 이끌었으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출범,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을 맡은 2년여 기간 동안에는 그룹의 미래 혁신 비전을 제시하고 핵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은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재편에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인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세계 최고 완전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합작 기업 '모셔널(Motional)'을 설립하는 한편, 다양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과 협업, 지역별 특색을 고려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차량은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을 통한 수소 생태계 확장도 견인해 왔다.
특히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고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를 가속화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시기에 정의선 회장의 취임은 미래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며 인류의 삶과 행복에 기여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