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82)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어 그룹을 이끌게 된 정의선 신임 회장(50·사진)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정 신임 회장이 운전대를 잡은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장(New Chapter)'으로 진입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14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그룹을 진두지휘한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서 시작해 정몽구 명예회장을 거쳐 정의선 회장으로 넘어오며 현대차그룹 3세 경영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정 신임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보내는 취임 일성에서 "미래의 새로운 장(章)을 열어 나가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을 느낀다"라며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하고 그 결실을 전 세계 모든 고객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탈(脫) 내연기관과 전동화가 자동차 산업을 뒤흔드는 가운데 맞은 '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건은 정 신임 회장에게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에서 '베스트 셀링 전기차'로 통하는 코나 일렉트릭이 최근까지 화재가 13건 보고되며 차량 결함인지 배터리 결함인지 원인부터 분분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국내와 해외에 판매된 7만 7000여 대를 리콜했다.
정 신임 회장은 취임사 전체 내용에서 '품질'은 두 번, '고객'은 아홉 번 언급했다. 그는 "고객의 평화로운 삶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성능과 가치를 모두 갖춘 전기차로 모든 고객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발언은 코나 화재를 염두하면서 향후 출시할 전기차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중고차 판매업 진입과 관련한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규제 완화 움직임에 따라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직접 판매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매물을 관리하고 품질을 보증하는 중고차 등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존 업자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고 이들을 설득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장기적으로는 전동화 전략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5위권, 판매량 100만 대를 목표로 잡았다.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시작한 수소전기차 사업 주도권을 선점하는 것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신규 모빌리티(운송) 구상을 실현하는 일도 정 신임 회장 몫이다.
한편 경영권을 넘겨받은 정 신임 회장이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로 얽혔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가졌지만 현대차 지분은 2.35% 뿐이다. 기아차 지분은 1.74%,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