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상급 자동차업체 BMW가 마음을 다잡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BMW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엎치락뒤치락하며 국내 수입차 판매량 1·2위를 다퉈 왔다. BMW는 지난 8월 월간 판매량 7252대로 벤츠를 꺾고 1위에 올랐다. 그러나 BMW는 지난달에는 벤츠에 다시 왕좌를 내주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국은 BMW에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올해 5월 신형 5·6 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인천 영종도에서 개최한 것은 한국시장에 대한 BMW의 배려를 엿볼 수 있다.
그로부터 4개월여 뒤인 이달 6일 BMW는 미디어를 대상으로 5·6 시리즈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5 시리즈'와 '더 뉴 6 시리즈' 시승회를 열었다. 일주일 뒤 출시된 벤츠 E클래스에 앞서 기선 제압에 들어간 모양새다.
시승 구간은 경기 광주시와 여주시를 잇는 3번 국도를 따라 왕복 120km로 이뤄졌다. 두 차량을 60km씩 번갈아 타는 식이었다.
기자는 먼저 신형 6 시리즈 그란투리스모(GT)를 타봤다.
본격적인 주행에 앞서 후진 보조 기능을 체험했다. 6 시리즈 GT는 길을 따라 앞으로 가는 동안 차량이 지나온 경로를 기억했다가 후진 기어를 넣으면 그에 맞춰 알아서 움직였다.
시승 차량은 앞좌석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차량 뒤쪽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기자는 내심 가슴을 졸이며 브레이크를 뗐다 밟았다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차량이 똑똑했다. 후진 보조 기능은 5 시리즈에도 적용됐다.
주행 성능은 '역시 BMW'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6 시리즈 GT는 전장(길이)이 5090mm, 전폭(너비) 1900mm로 큰 편이지만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려놓자 묵직하게 치고 나갔다.
그렇다고 차량이 둔하지는 않고 충분히 역동적이고 민첩하다고 부를 정도였다. 시승차 630i x드라이브(Drive) M스포츠 패키지에 들어간 3.0리터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과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x엑스드라이브'는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됐다는 뜻이고 'M스포츠'는 BMW 고성능 차량 'M'의 요소를 가미한 것이다.
무엇보다 6 시리즈 GT가 내세우는 점은 공간 활용성이다. 2열 좌석을 접으면 적재 용량이 1800리터로 늘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자유롭게 짐을 실을 수 있다. 심지어 6 시리즈 GT는 차박(차에서 숙박)까지도 도전해 볼 만했다.
기자는 여주에서 광주로 돌아오기 위해 5 시리즈로 갈아탔다. 탑승한 차량은 '530i x드라이브 M스포츠 패키지'였다.
530i x드라이브 M스포츠 패키지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를 낸다. 차량 제원을 살펴보면 530i x드라이브는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단 6.1초에 가속한다.
5·6 시리즈 모두 국내 수입차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차량인 만큼 그 명성에 걸맞은 면면을 보여줬다.
흔히 '반(半)자율주행'이라고 부르는 운전자 보조 기능은 설정 속도에 따라 차간 거리와 주행 차로를 잘 유지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내장된 내비게이션 역시 수입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지리 정보를 잘 반영했다.
정숙성이나 승차감, 2열 공간 등은 프리미엄(고급) 차종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줬다.
단순히 외관 이외에 두 모델을 비교해 보면 5 시리즈는 조금 더 탄탄하고 재빠른 느낌이고 6 시리즈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질감이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작았다. 기자가 사용하는 갤럭시 S10 플러스(+)가 겨우 들어가는 수준이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화면이 6인치를 넘는 기종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날 시승한 차량을 포함해 5 시리즈는 총 8종이 판매 중이다. 모델별로 '럭셔리'와 'M스포츠 패키지'로 구성된다. 가격은 6360만~1억 1640만 원이다.
6 시리즈는 여러 모델 중 630i x드라이브 GT가 우선 나온 상태로 '럭셔리'(8920만 원)과 'M스포츠 패키지'(9220만 원) 중에서 선택 가능하다. 주행 성능이 더 높은 640i x드라이브 GT는 향후 출시 예정이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