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웬 공자 이야기냐 싶겠지만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6일 출시한 '뉴 QM6'를 나타낼 적절한 비유를 찾다 문득 '지천명'과 '이순'이 떠올랐다. 이 말이 오늘날 중년의 여유를 뜻하는 것이라면 느긋함이 느껴진 QM6에 꽤 알맞는 듯하다.
사전적으로는 40대가 중년이지만 요즘은 평균수명이 늘어나 중년을 50~60대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현대사회에서 40대가 여유를 갖겠다고 말하면 다소 한가로운 얘기가 돼 버린다.
QM6는 젊은 날을 치열하게 살아간 이들에게 "이제는 여유를 가져보시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QM6는 전반적으로 정숙하고 부드러우면서 조급하지 않았다.
뉴 QM6는 단순히 연식이 바뀌었다기에는 변화가 많고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라고 말하기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부분변경을 거쳤기 때문에 안팎에서 '디테일'이 바뀐 뉴 QM6는 '페이스리프트 시즌2' 정도가 되겠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는 르노삼성 매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책임지는 차다. QM6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4323대 팔렸다. 올해 최고 인기작 XM3(2034대) 판매량의 두 배가 넘는다. 10월 전체 내수 판매량(7141대) 가운데 QM6 비중은 60.5%에 이른다.
국산 SUV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신차 효과를 듬뿍 받은 기아차 쏘렌토(7261대)보다는 적지만 현대차 투싼(2221대)이나 싼타페(4003대)보다는 많다.
현대·기아차가 새 차종을 출시할 때마다 파격적인 변화를 앞세우는 것과 달리 안정을 추구하는 르노삼성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적어도 신차가 출시됐을 때 "이전 모델 산 사람이 승리자"라거나 반대로 "신형 출시를 기다렸어야 했다"라는 말을 들을 일은 없다.
실제로 QM6가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르노삼성이 차량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QM6 구매 이유로 디자인을 꼽은 응답자 비율이 41%로 가장 많았다.
뉴 QM6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게 바뀐 부분은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기존 가로줄무늬 그릴은 그물 모양인 메쉬(mesh) 타입으로 바뀌었다. 전조등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가 좌우 각각 3개로 늘어났다.
또한 르노삼성을 상징하는 태풍 로고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날개를 펼친 모습인 '퀀텀 윙'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담아냈다.
최고급 트림(등급) '프리미에르'를 선택하면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에 해당 명칭(PREMIERE)을 각인한 엠블럼이 들어간다. 그 외에는 모델명이 들어간 'QM6' 엠블럼이 적용됐다.
후미등은 LED 방향지시등이 제동등 아래로 자리를 옮졌다. 여기에 '다이내믹 턴 시그널'이 적용돼 단순히 깜빡거리기만 하지 않고 양 옆으로 뻗어나가는 움직임을 보인다.
차 내부로 들어오면 거의 바뀐 게 없다. 테두리 두께를 줄인 '프레임리스 룸미러'와 신규 좌석 색상 '모던 브라운 가죽시트'가 적용된 정도다. 프레임리스 룸미러는 일반 하이패스 카드보다 크기가 작은 심(SIM)카드가 들어간다.
공조기를 좀 더 편리하게 끄고 켤 수 있도록 '오토(AUTO)' 버튼이 추가된 점도 소소한 변화다. XM3와 SM6 등에 탑재된 신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이지 커넥트'는 이번에 빠졌다.
QM6가 중형 SUV이긴 하지만 경쟁사 현대차와 비교했을 때 크기가 준중형 SUV 투싼과 중형 SUV 싼타페 중간 쯤 된다. QM6가 작아졌다기보다는 투싼과 싼타페가 커졌다.
구체적인 제원상 크기를 살펴보면 QM6는 전장(길이) 4675mm, 전폭(너비) 1845mm, 전고(높이) 1670mm, 축거(휠베이스) 2705mm다. 투싼보다 전장은 45mm 길고 전폭은 20mm 좁다. 또 축거는 50mm 짧다.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 경쟁 차종이 하나 더 늘어났지만 동시에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QM6가 독보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QM6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SUV 중에서 유일하게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을 갖췄다. 특히 뉴 QM6가 출시되면서 LPG 모델에도 프리미에르 트림이 추가됐는데 르노삼성이 LPG 모델을 주력을 삼은 듯 보인다.
LPG는 같은 배기량을 가진 가솔린(휘발유) 엔진에 비해 연비가 다소 떨어지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연료비가 저렴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18.3원이다. 반면 LPG 평균 가격은 800원 선이다.
QM6 LPG 모델 '2.0LPe'는 LPG 연료를 액상 상태로 엔진 연소실에 분사해 동력을 얻는다. 이 덕분에 가솔린 직분사 모델(2.0 GDe)과 비교해 출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2.0LPe는 최고출력 140마력을 6000rpm(분당 엔진 회전 수)에서 내고 최대토크 19.7kg·m를 3700rpm에서 발휘한다.
2.0 GDe는 SUV 중에서는 드물게 터보차저(과급기)를 달지 않은 자연흡기 방식이다.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144마력을 6000rpm에서 내고 최대토크 20.4kg·m를 4400rpm에서 발휘한다.
17인치와 18인치 타이어 기준 정부 공인 복합연비는 LPG 모델이 리터당 8.9km이고 가솔린 모델은 리터당 12.0km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기자는 시승회에서 가솔린 모델과 LPG 모델을 번갈아가며 탔다. 수치상 둘의 동력 성능이 거의 같기 때문에 실제 주행했을 때에도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바꿔 말하면 LPG 모델도 가솔린 못지않게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두 모델 모두 평지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서서히 속도가 올라갔다. 국내 고속도로 최고 제한속도인 시속 110km까지 무난하게 도달하는 수준이다.
디젤이나 가솔린 터보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을 탑재한 다른 차량보다는 밋밋한 느낌이다. 역동성보다는 정숙성과 안락함이 돋보였다. 오히려 이 점이 QM6가 꾸준히 인기를 누려온 이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다만 급가속 때나 경사가 다소 심한 오르막길에서 엔진이 다소 힘겨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앞 차를 추월할 때에는 옆 차선에서 뒤따라오는 차량과 충분히 거리를 두는 편이 좋을 듯하다.
QM6는 일반적인 시내 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50~60km로 달리면 맞바람 소리나 노면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조용했다. 시속 100km에서도 터널에 들어가서야 차량이 주행 중이라고 느낄 정도였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도 실내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요철 구간을 지날 때에는 서스펜션(현가장치)이 충격을 잘 흡수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QM6는 숨가쁘게 달리는 청년보다는 느긋하게 움직이는 중년에 확실히 가깝다.
초기 구매 비용에 대한 부담은 확실히 적다. 중형 SUV 최고급 트림을 3000만 원 초반대에 살 수 있는 점은 경쟁 차종과 비교해 QM6가 가진 강점이다.
개별소비세 3.5% 기준 가솔린 모델 트림별 가격은 △SE 2474만 원 △LE 2631만 원 △RE 2872만 원 △RE 시그니처 3039만 원 △프리미에르 3324만 원이다.
LPG 모델은 △SE 2435만 원 △LE 2592만 원 △RE 2833만 원 △RE 시그니처 3000만 원 △프리미에르 3245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