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일 공개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오는 2025년 전기차 100만 대 판매 기업으로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 자동차가 본격적인 황혼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물론 내연기관차가 하루 아침에 모두 전기차로 대체되지는 않는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가 검토 중인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은 2030~2050년경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내연기관차 퇴출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을 2030년에 3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는 세계 1위 수준이다.
현대차는 정의선(50)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미래 자동차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 놓았다. E-GMP를 적용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출시가 그 중 하나다.
청사진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현대차가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계획한 금액만 5년간 총 100조 원에 이른다. 연 20조 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을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분야에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현대차로서는 든든한 '실탄'이 필요하다. 미래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를 키우기 위해 현재 내연기관차에서 재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정 회장이 올해 초 원가 혁신과 영업망 최적화 등 '수익성 중심 사업 운영'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단면은 최근 현대차가 출시한 신차 가격표를 보면 나타난다. 선택품목(옵션)을 모두 포함한 최고급 트림(등급)을 선택할 때 오히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지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지난 4월 출시된 신형 아반떼 1.6리터 가솔린 모델 가격표를 보면 중간 등급 '모던'에서 모든 옵션을 선택할 때(2496만 원)보다 최고급 등급 '인스퍼레이션'(2453만 원)이 40만 원가량 저렴하다.
이는 일종의 '묶음판매 전략'이다. 차량 옵션은 종류에 따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나뉘는데 이를 묶어 저렴하게 판매해 총수익을 늘리는 방법이다.
현대차가 특정 차종을 다양한 모델로 구성해 제품군을 넓히는 것 또한 수익 극대화와 관련이 있다.
가령 쏘나타만 해도 2.0 가솔린과 1.6 가솔린 터보(센슈어스), 2.0 LPG(액화석유가스), 쏘나타 하이브리드, 쏘나타 N라인까지 5종에 이른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더 많은 수요층을 확보하고 각 모델마다 출시 시점을 달리 해 신차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도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체들은 미래 먹거리 싸움에서 먼저 기세를 잡아야 하는 특성상 투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라며 "기술 못지않게 수익 극대화를 위한 기획이나 마케팅 전략도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