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이다."
한국지엠 한 관계자는 정신적 충격이 커서 '멘탈(정신)이 붕괴된다'는 뜻의 신조어 '멘붕'을 사용해 올해 임금·단체교섭(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에 대한 심정을 전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4개월 간 총 24차례 교섭 끝에 합의안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가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진행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반대표는 53.8%나 됐다.
반대표 대부분은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부평공장에서 나왔다. 노조 집행부는 가결을 호소하며 조합원들을 설득했으나 현 집행부와 당색이 다른 몇몇 현장조직이 반대 투표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우 민감한 문제인 인천 부평2공장 존폐를 둘러싸고 현재 합의안으로는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조합원들이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노사는 앞서 부평2공장 신차 생산 여부와 관련해 "시장 수요를 고려해 최대한 부평2공장에서 현재 생산하는 차종에 대한 생산 일정을 연장한다"라고 합의했다.
이와 함께 부평2공장 운영 형태를 변경할 때 고용 안정 대책을 수립하고 부평공장 신차 유치를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부평2공장에서는 현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를 생산한다. 조합원들이 이들 차종만으로는 부평2공장 가동을 지속하는 것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부평2공장에 신차 배정을 약속하지 않는 한 조합원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한국 철수를 입버릇처럼 되뇌인 GM이 신차를 배정하겠다고 못 박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GM 본사는 한국지엠 노사 갈등을 이유로 철수를 언급하고 노조는 철수설(說)에 따른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투쟁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노조가 이를 모르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한국지엠 노조는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는 등 쟁의행위를 잠시 미루고 대화에 나섰다. 노조는 3일 회사 측에 재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GM 본사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선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 옮기는 움직임도 보인다. 노조 집행부는 회사를 상대로 한 쟁의를 유보하고 산업은행 거점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