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으로 추진 중인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수소연료, 로보틱스를 ‘미래 먹거리’로 정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기존 자동차 생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UAM, 로보틱스 등 첨단분야 미래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적으로 펼치겠다는 정의선(50)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담긴 인사로 풀이된다.
◇부회장단 4명 중 2명 물러나...정몽구 넘어 '정의선 시대' 활짝
현대차그룹은 15일 정 회장 취임 후 첫 임원 인사 단행을 통해 새로운 '정의선 사단'을 구축했다.
이번 인사에서 정 회장 아버지 정몽구(82)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가신그룹은 2선으로 물러나고 정의선 사단이 주요 직책을 맡아 그룹의 미래 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 최측근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용퇴했다. 김 부회장은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기획조정실 수장을 맡으며 정 명예회장 '복심'으로 불렸다.
기존 부회장단 4명 가운데 2명이 물러나 신임 사장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현대차 대표이사로 내정된 장재훈 사장은 정 회장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과 고려대 동문인 장 사장은 명품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 사업본부장과 국내사업본부장을 맡아 정 회장을 보좌했다.
또한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걸 현대차 기획조정실장(사장)과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도 정 회장 '오른팔'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을 지원사격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차, 자율주행·전기차·UAM·수소연료·로보틱스 '5마리 토끼' 핵심과제로
이번 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발표한 새로운 중장기 '경영전략(2025 전략)' 핵심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 회장이 자율주행, 전기차, UAM,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을 5가지 핵심 미래 사업으로 정하고 이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11억 달러(약 1조2043억 원)에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을 인수하기로 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과 연구·개발(R&D) 부문 강화에 속도를 내는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내년 원격 스마트 주차보조(RSPA2) 등을 양산하고 오는 2022년 출시되는 양산차에 '레벨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운전자 조작없이 원격 발레파킹도 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 분야는 내년 '아이오닉 5' 출시를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제품군)을 본격 확대하고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전 라인업 전동화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2040년 글로벌 전동화 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8~10% 거머쥘 계획이다.
UAM 분야는 오는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을 탑재한 화물용 UAS(무인 항공 시스템)를 최초로 선보이고 2028년에는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2030년에는 인접한 도시를 서로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생산 효율화를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2025 전략' 사업 구조의 한 축을 맡은 수소연료전지 부문은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선보이며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수소 생태계를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수소사업을 통해 오는 2030년 70만 개에 달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부터 2025년 말까지 수소 솔루션 사업 투자 규모를 기존 6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대폭 늘린다"며 "이제 현대차그룹은 선박, 기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모든 수송영역에서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핵심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미래 먹거리 사업과 관련해 오는 2025년까지 총 60조1000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