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전자제품 간 경계가 희미해진 탓에 전기차 패권 경쟁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셈이 됐다.
LG전자는 지난 23일 캐나다 전기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하기로 했다.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을 생산하는 'LG마그나'(가칭)는 내년 7월 출범할 예정이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통해 미국 정보기술(IT)업체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오는 2024년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를 테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와 마찬가지로 '아이카'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두 전자회사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드는 데 대해 완성차 업계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비록 전기차가 '바퀴 달린 전자제품'이라 해도 완성차 제조사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설계·생산 노하우와 오랜 기간 구축한 인프라를 짧은 시간에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자회사의 전기차 사업 진출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장 LG그룹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여기에 LG마그나가 전동 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 핵심 부품을 생산하면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전기차를 만들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또한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맥(Mac) 등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을 통해 독자적이면서 강력한 IT 생태계를 구축한 명실상부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강자다. 애플이 향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부문 등 사업 영토를 단계적으로 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업체로서 전기차 주도권을 선점한 사례로는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대표적인 예다. 테슬라는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를 끌어온 기업들이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 위상이 옛날과 달라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LG든 애플이든, 아니면 기존 자동차 업계든 미래차 시장에 수많은 변수가 있어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업종을 초월한 경쟁은 이미 예견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