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에게 2020년은 다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막할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블랙스완(Black Swan: 예상치 못한 위험)도 마주해야 했다.
경쟁사들이 앞다퉈 신기술을 내놓고 업종을 초월한 합종연횡이 빈번한 가운데 안정적 노사관계의 중요성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기아차, 쌍용차, 한국지엠 등 4개사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연내에 마무리짓는 데 성공했다.
쌍용차는 경영 위기를 겪으며 10년간 이어온 노사 간 평화를 지켜냈고 업계 맏형 현대차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며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 타결했다.
한국지엠과 기아차는 노조가 부분 파업을 단행하는 등 막판까지 노사가 줄다리기를 했으나 임단협이 해를 넘기지는 않았다.
현재 르노삼성차 노사만 여전히 임단협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임단협을 타결한 4개사든 그렇지 못한 르노삼성차든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 이 불씨는 내년에 타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가 내년 출시 예정으로 생산라인 개편 등을 둘러싸고 노사가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군 구성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사용되는 부품 수가 줄어들고 모듈화가 진행돼 공정이 단순해진다. 이는 공장에 유휴 인력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기아차 노조는 전기차 부품을 자사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년 연장과 잔업 복원 같은 요구도 결국 고용안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지엠은 일거리 감소와 이에 따른 고용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한국지엠은 이미 군산공장을 폐쇄한 데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한국 철수설(說)까지 나와 부평공장을 비롯해 국내 사업장에서는 미래를 보장할 신차 물량을 배정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자동차업체 마힌드라의 대주주 지위 포기 선언과 회사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5개 업체 가운데 가장 크다.
쌍용차 노조는 마힌드라를 향해 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10여 년 만에 파업을 거론했다. 장기간 이어온 노사 간 평화가 노동조합 최후 보루인 고용 문제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르노삼성차 역시 국내 판매 부진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해외 물량(닛산 로그) 생산 중단 등으로 일감이 급감한 점도 고민거리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