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이탈리아계 자동차 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그룹(PSA) 합병안이 양사 주주총회를 통해 통과하면서 합병회사 '스텔란티스(Stellantis)'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연초 거대 자동차 기업 탄생이라는 '빅이벤트'로 판도 변화가 예고되면서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연간 생산량은 총 870만 대로 폭스바겐, 토요타, 르노닛산에 이어 세계 4위다. 제너럴모터스(GM)와 현대·기아차보다도 생산량이 앞선다.
FCA와 PSA가 각각 보유한 브랜드만 해도 14개에 이른다. 피아트, 마세라티, 지프, 닷지, 푸조, 시트로엥, 오펠 등이 합병회사 스텔란티스에 속한다. 합산 연 매출은 1700억 유로(약 226조 원)다.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하면 양사 합병에 따라 생산 플랫폼 결합, 비용 절감 등으로 50억 유로(약 6조 6000억 원) 규모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스텔란티스로서는 그만큼 친환경 자동차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당장 몸집은 커졌지만 향후 스텔란티스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를 뒤흔들 만한 성과를 보여줄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거대 규모 회사 두 곳이 합쳐 조직을 개편하고 운영을 통합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WSJ 는 또 이 점을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할 카를루스 타바르스 PSA CEO가 떠안을 최대 과제라고 전망했다.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은 맞지만 스텔란티스 출범이 이른 시간 안에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폭스바겐이나 토요타, 현대·기아차 등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포트폴리오(제품 구성)를 교체하는 데 다소 뒤처진 측면도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폭스바겐 ID.4'와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55'를 공개해 전동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대·기아차 역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개했다. 올해에는 이를 적용한 첫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할 계획이다.
더구나 수소전기차에 쓰이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활용 범위를 전 영역으로 넓히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로봇 등 분야를 육성하는 밑그림을 일찌감치 그려둔 상태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올해를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삼고 ‘퀀텀점프’를 꿈꾼다.
현대차의 국내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지난해 9만579대로 2019년에 비해 40.5%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하이브리드가 6만6181대로 48.7%,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1만8612대와 5786대로 18%, 38% 증가했다.
기아차는 국내 친환경차 판매가 지난해 7만984대로 2019년과 비교해 81% 크게 늘었다.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해외판매도 지난해 처음으로 30만대를 넘겼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목표량을 708만대로 잡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감소한 판매량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할 전기차를 통해 회복하겠다는 얘기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