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을 대신할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으로 남아시아 맹주 인도를 낙점했다.
글로벌 소싱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물품 구매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여 공급받는 전략이다. 쉽게 설명하면 인도가 현대차의 새로운 생산 허브(Hub·중심)가 되는 셈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현대차가 최근 독일 타이어 제조업체 컨티넨탈과 아일랜드 자동차 부품·모듈 제조사 앱티브 PLC 등 현지 협력사에 인도 내 생산량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네쉬 마니(Ganesh Mani) 현대차 인도법인 생산담당 이사는 "현대차는 인도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많은 외국 플레이어(협력사)를 찾고 있는다"라며 "보쉬, 컨티넨탈을 비롯해 일부 한국 업체가 인도에서 현대차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현대차,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중국 내 생산량을 줄이고 인도와 베트남 등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는 세계 4위 자동차 판매 시장이면서 세계 6위 자동차 제조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도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10%를 기록했지만 이르면 올해 하반기 이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현재 인도 첸나이에 연간 70만 대 생산 규모를 갖췄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자동차 판매량 기준으로 1위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사다.
현대차는 현지 부품 공급망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구축해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부품사의 인도 진출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 예로 현대차가 지난 2005년 미국 앨라배마주(州)에 공장을 준공할 당시 상당수 국내 부품사가 함께 진출했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멈춘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생산 공장을 짓는다. 수소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셀(배터리에서 양극판과 음극판으로 조합)을 국내에서 제조해 중국에서 완제품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중국을 떠난다기보다는 인도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봐야 한다. 현대차는 인도 공장을 완성차 생산기지로 키워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