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조건의 각서가 없다면 사업성 평가와 더불어 산업은행은 단돈 1원도 지원하지 않겠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쌍용차 채권단의 주요 은행 KDB산업은행 수장 이 회장이 언급한 '두 가지 조건'이란 현재 1년인 임금교섭 주기를 3년으로 늘리고 흑자를 내기 전까지 쟁의행위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강도 높은 수위 만큼이나 해당 발언은 논란에 휩싸였다. 내부에서는 "너무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15일 이 회장 발언에 대해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직원들로서는 서운할 수 있는 얘기"라고 전했다.
쌍용차는 이 회장 발언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나 무려 11년간 무분규를 이어온 쌍용차 노사로서는 이 회장 발언이 좋게 들릴 리 없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위기에 내몰리자 사실상 임금 삭감안을 받아들였다. 이와 함께 임직원에게 제공되던 복지 혜택을 대거 축소하며 '한 푼이라도 아껴 보자'는 데 노사가 힘을 모았다.
이는 대립적 노사관계가 보통인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드문 일이다. 노사 할 것 없이 회사가 살아나기만을 바라며 그야말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 온 것이다.
이 회장 발언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한층 강경한 비판도 나온다.
쌍용차 일부 직원이 가입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현재 상황을) 노동조합 탓으로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회장 '의중'과 관련해 지난해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이며 생산 차질이 발생한 한국지엠을 겨냥해 한편으로 쌍용차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 기업이 매년 노사 협상을 통해 파업하고 자해행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이런 일은 용납될 수 없다"라며 한국지엠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산은은 쌍용차의 잠재 투자자와 협상 결과에 따른 사업성 평가도 할 것이고 필요하면 채권단 지원도 같이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