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예고한 가운데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차는 모든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포함한 '서바이벌 플랜'을 추진한다. '생존 계획(Survival Plan)'이라고 이름 붙인 만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차가 추진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배경에는 르노그룹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그룹은 최근 2021년 경영 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면서 한국 르노삼성차를 라틴아메리카, 인도와 더불어 수익성을 강화해야 할 지역으로 지목했다.
르놀루션은 사명인 '르노(Renault)'와 '레볼루션(Revolution·혁명)'을 합친 것으로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다.
르노삼성차가 르놀루션 표적이 된 까닭은 수출·내수 실적 악화와 높은 고정비용 등으로 사업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한 전체 판매 대수(11만 6166대)는 2004년(8만 5098대)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울러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적자가 확실시 된 상황이다.
수출 실적은 일본 자동차업체 닛산 최고 판매 모델 '로그' 위탁 생산이 지난해 3월 끝나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전체 수출 물량의 72% 이상을 로그에 의존했다. 로그 생산 종료 이후 르노삼성차 수출은 80% 가까이 급감했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공장 가동이 한동안 멈추고 수요가 위축되는 등 자동차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2강(현대·기아) 3약(르노삼성·한국지엠·쌍용)' 구도에서 '3약' 중 하나에 속한 르노삼성차로서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컸다.
내수는 전년(2019년)과 비교해 1만 대 가량 늘어난 9만 5939대를 기록했으나 10만 537대를 판매한 2017년 이후 3년째 10만 대 선을 넘기지 못했다.
르노삼성차가 추진하는 서바이벌 플랜의 초점도 내수 시장 수익성 강화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를 필두로 한 수출 증대, 고정비용 절감에 맞춰졌다.
앞서 르노삼성차는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에 대해서도 임금을 20% 삭감했다. 이번에 시행되는 희망퇴직은 생산·서비스 직군을 기준으로 제조업 최고 수준(최대 36개월치)의 특별 위로금 지급이 조건이다.
그러나 불안정한 노사관계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이어진 노사갈등은 르노삼성차가 경영난을 맞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쌍용차와 현대차를 시작으로 완성차 제조사 4곳이 임금을 동결하는 것으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했는데 르노삼성차만 유일하게 연내 타결에 실패했다.
로그 위탁 생산 종료를 앞두고 르노그룹은 한국 사업장에서 대립적 노사관계가 지속한다면 후속 물량을 배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경영진을 상대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어 당분간 갈등은 격화할 전망이다.
노조는 22일 지부장 성명서를 내고 서바이벌 플랜에 대해 "단 한 해 적자라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강행한다는 것은 20년간 몸 바처 일한 회사로부터 버림받은 느낌"이라며 "애사심은 사라져 한 줌의 먼지처럼 하찮게 느껴질 만큼 배신감을 느낀다"라고 경영진을 규탄했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