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단순한 '탈 것'에서 움직이는 전자기기로 빠르게 바뀌면서 미래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헤쳐 모이기'가 치열하다.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정보기술(IT)업체 애플의 협력설(說)이 불거진 데 이어 한국지엠 모회사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21일 미국 IT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손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업체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26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GM의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크루즈는 MS와 '장기적 차원의 전략 관계'를 수립했다.
이에 따라 GM과 MS는 크루즈에 20억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투자한다. 두 회사는 하드웨어(크루즈)와 소프트웨어(MS) 영역에서 서로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해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계획이다.
크루즈는 MS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엣지 컴퓨팅 플랫폼 '애저(Azure)'를 활용해 독자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엣지 컴퓨팅은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로 자동차와 자동차 간, 자동차와 중앙 서버 간 통신을 통해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만든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미국 앱티브와 합작업체 '모셔널'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더불어 미래 자동차 핵심 요소인 커넥티드카 분야에도 IT 기업과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엔비디아와 기술 협약을 맺은 현대차그룹은 커넥티드카 운영체제(ccOS)를 개발해 현대차 최고급 세단 브랜드 '제네시스' 새 차에 이 기술을 접목했다.
그래픽 정보 처리장치(GPU) 전문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등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기술을 갖춘 기업으로 유명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커넥티드카는 각종 사물과 항상 연결돼 수시로 데이터를 주고받아 운전자에게 시각 정보를 제공해야 해 고성능 반도체와 이를 구동할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며 "제네시스를 비롯해 내년부터 출시되는 현대·기아 브랜드 차량에 엔비디아와 협업해 만든 ccOS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역시 자율주행 상용화에 조금씩 걸음을 내딛고 있다. 쌍용차는 토종 벤처기업 맵퍼스와 손잡고 자율주행차용 고정밀 지도(HD맵)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HD맵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선과 노면 정보, 표지판, 신호등 처럼 다양하고 세밀한 정보를 담은 지도다. 맵퍼스가 쌍용차에 공급하는 HD맵 솔루션에는 지도 데이터뿐 아니라 차량 부품과 센서에 이를 전송하는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된다.
르노삼성차가 속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세계 최대 IT업체 구글 산하 자율주행 전문업체 웨이모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한다. 자율주행차가 프랑스에 일본에 먼저 시판될 예정이지만 향후 다른 국가에도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완성차 제조업체와 IT 기업의 합종연횡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자동차와 IT기기 간 경계가 모호해져 이제는 두 부문이 서로 필요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자동차와 IT업체간 합종연횡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