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초단기 법정관리 절차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 도입해 과 함께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 품에 안길 전망이다.
새 주인을 맞이한 쌍용차는 채무 조정과 자금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 극적으로 회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HAAH가 미국에서 쌍용차를 팔겠다는 계획을 내비쳐 쌍용차가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길도 열릴 전망이다.
◇쌍용차, 美자동차유통업체 HAAH서 2억5000만달러 유치 추진
31일 자동차 업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쌍용차는 다음 달 초 HAAH와 신규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P플랜에 돌입한다.
P플랜은 사전에 회생 계획을 마련한 뒤 법정관리를 시작하는 구조조정 제도다. 단기간에 채무 조정을 거쳐 신규 자금 지원까지 이뤄진다. 이 방식은 기존 회생 절차보다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쌍용차가 P플랜을 시작하면 현재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가 감자로 지분율을 낮추고 HAAH가 2억 5000만 달러(약 2800억 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한다. 감자 후 증자를 통해 마힌드라 지분율을 낮추고 HAAH가 지분 51%를 보유한 새 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는 지난 28일 350여 중소 부품 협력사로 구성된 협의체 '쌍용차 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만나 이 같은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P플랜 실행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사전 회생 계획안 작성에 앞서 쌍용차 부채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보유한 채권자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쌍용차 부채 8000억 원에 대한 채권은 부품 협력사, KDB산업은행, 외국계 금융기관 등이 보유한 상태다. 이들로부터 동의를 얻으면 P플랜은 시작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오면 자금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예병태 대표이사가 협력사들로부터 P플랜에 대한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협력사와 외국계 금융기관이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급한 대로 쌍용차 협력사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품 협력사가 줄줄이 도산하는 파국은 막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정부는 쌍용차가 성공적으로 회생하도록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설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플랜 이후 쌍용차가 신규 투자를 끌어내려면 사업의 지속 가능 여부도 중요하다.
쌍용차는 지난해 4235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지난해 분기별 매출이 1분기 6492억 원에서 4분기 8882억 원으로 개선되며 회복 조짐을 보이는 점은 희망적이다.
쌍용차가 최후의 카드로 불리는 P플랜을 통해 극적인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는 "HAAH가 쌍용차를 미국에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게 알리고 이에 따른 지원을 요청한 점을 감안하면 쌍용차가 고품질 차량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신규 투자자를 확보한 후 다양한 신차를 출시하고 해외 판로를 모색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과 함께 경영정상화를 앞당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HAAH 배후에는 中체리차?....‘상하이차 악몽’ 막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HAAH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어바인에 본사를 둔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이다.
이 업체는 중국 체리자동차(Chery Automobile)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반조립 상태에서 미국으로 들여와 올해부터 ‘반타스(VANTAS)’라는 브랜드로 판매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 완성차를 미국으로 수입할 수 없어 중국 기술에 기반한 SUV를 미국 본토에서 조립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쌍용차가 HAAH를 활용해 그동안 진입장벽에 가로막혔던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희망적인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가 그동안 인도 등 해외 시장에 반조립(CKD) 제품을 수출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AAH는 쌍용차를 인수해 ‘쌍용차 반조립 제품 생산-->HAAH 조립·출고·판매’ 형식으로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게 됐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와 HAAH와의 협업에 따른 경고음도 들리고 있다.
HAAH는 2014년 문을 열었으며 한 해 매출액이 230억 원 수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쌍용차는 영업적자가 2019년 2819억 원, 지난해 4235억 원에 이르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한 해 매출액이 3조 원이 넘는 거대 회사다.
이에 따라 HAAH 인수 협상 뒤에는 체리자동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HAAH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HAAH는 미국내 30여 개 딜러망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내 인기를 얻고 있는 SUV를 생산할 계획을 밝혀 SUV 기술이 있는 쌍용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HAAH가 중국 상하이차나 마힌드라처럼 인수한 뒤 쌍용차 기술만 탈취해가는 가능성도 있다”며 “자동차 딜러업체로 생산과정을 모르는 HAAH가 상하이차나 마힌드라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쌍용차가 인수에 따른 ‘먹튀’ 방지책 등 계획 이행 보증을 HAAH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