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용 플랫폼 'E-GMP'에 장착할 배터리 3차 물량을 어느 업체가 수주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만간 E-GMP용 배터리 3차분 공급 업체를 선정한다. 구체적인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빠르면 설 연휴 전, 늦어도 1분기 안에 3차 물량 공급사가 결정될 전망이다.
입찰에 도전장을 낸 업체는 국내 배터리 3개 업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외에 중국 CATL 등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공급사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업계가 크게 술렁였다. SK이노베이션과 CATL이 함께 선정돼 권역별로 공급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기 때문이다.
앞선 1차 물량(약 10조 원 추정)은 SK이노베이션이, 2차 물량(약 20조 원 추정)은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이 3차까지 물량을 확보하면 총 30조 원어치를 가져간다.
1차 물량은 올해 출시되는 E-GMP 기반 신형 차종에 탑재된다. 현대차는 4월 준중형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아이오닉 5'를 선보이고 기아와 제네시스는 각각 프로젝트명 'CV'와 'JW'를 내놓는다.
E-GMP 3차 물량은 현대차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 7'과 기아가 개발 중인 대형 SUV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 7은 2024년 출시 예정이다.
생산 능력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이 3차 물량을 독점 공급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연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00만 대로 정했다. 전기차 한 대당 배터리 용량을 60~70kWh(킬로와트시)로 잡으면 한 해 필요한 배터리 용량만 70GWh(기가와트시)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2025년까지 확보할 총 생산 능력(125GWh 이상)의 절반이 넘는다.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생산 능력은 현재 40GWh 수준이다.
상황을 종합하면 현대차가 SK이노베이션에게만 3차분 배터리 공급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완성차 제조사로서는 부품을 여러 업체에서 받는 편이 생산 안정성이나 가격 협상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모두 유력 후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성SDI와의 협력은 향후 전고체 배터리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 전해질이 고체로 된 2차전지다. 이 배터리는 전해질이 불연성 고체이기 때문에 발화 가능성이 낮아 리튬이온 에너지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E-GMP용 3차 배터리 공급사 선정과 관련해 현대차는 "결정된 것은 없다"라는 입장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3차 물량 공급사는 복수 업체가 선정될 예정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지난해 12월 미래 전략 설명회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여러 배터리 회사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과 수급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비어만 사장은 또한 "한 가지 사양의 배터리로 성능과 가격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어 기술 개발 다원화로 시장별, 차급별, 용도별로 성능과 가격이 최적화된 배터리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