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을 건너 멀리에서 중요한 손님이 한국에 왔다. 긴 여정 끝에 프랑스 수도 파리의 기품과 감성을 잔뜩 들고 한국을 방문했다.
비록 작은 체구지만 넘치는 귀태와 고급스러운 느낌은 제법 상류층에 가까운 파리지앵(파리 시민)의 모습을 뿜어냈다.
지난해 9월 21일 한국에 입국해 어느덧 5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 이젠 어느 정도 친숙함이 느껴졌다.
프랑스 자동차 기업 PSA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DS오토모빌(이하 DS)'이 최초로 만든 순수전기자동차 'DS 3 크로스백 E-텐스' 얘기다.
DS는 PSA그룹 프리미엄 브랜드로 현대자동차그룹과 비교하면 '제네시스'와 같은 존재다.
프리미엄 B-세그먼트(차급)의 유일한 전기차 'DS 3 크로스백 E-텐스(이하 E-텐스)'는 내연기관 모델 DS 3를 기반으로 탄생한 전동화 모델이다.
PSA그룹은 새로운 전기차 생산이 아닌 기존 양산 모델에 전동화 버전을 추가하는 방식을 활용해 올해 15종의 새 전기차를 선보이고 오는 2025년부터 전기차 모델만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E-텐스는 DS의 첫 전기차로 국내에 우수한 성능을 널리 알리고 입증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떠안았다.
◇정교한 디자인으로 뽐내는 '아방가르드 정신'
E-텐스에는 전동화 모델 전용 색상인 펄 크리스털(짙은 진줏빛) 차체와 무광 그레이 그릴이 적용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특히 입체적인 디자인에 기능성까지 갖춘 'DS 매트릭스 발광다이오드(LED) 비전'과 펄 스티치(pearl stitch:진주알을 연결해 놓은 모양으로 선을 만드는 자수)가 돋보이는 주간주행등(DRL),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있는 그릴과 크롬 라인의 DS윙스, 샥스핀 스타일링을 더한 B필러(자동차 측면 중간 부분) 등은 E-텐스만이 뽐내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모습이다.
또한 탑승자가 자동차 열쇠를 소지한 채 다가가면 문 손잡이가 자동으로 나타나는 '플러시피팅 도어핸들'을 프리미엄 콤팩트 세그먼트에서 유일하게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작은 몸집에도 알차게 채워진 편의 사양과 고급 옵션들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 지를 새삼 일깨운다.
E-텐스는 전장(길이) 4120mm, 전폭(너비) 1790mm, 전고(높이) 1550mm의 체격을 갖췄으며 비교적 긴 2560mm의 휠베이스(차축 거리)를 자랑했다.
또한 몸무게는 1600kg로 5명을 거뜬히 실어 나를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갖췄다.
아울러 실내는 고급 소재와 섬세한 디테일을 강조한 DS의 노하우가 그대로 묻어있다.
프랑스 고급 수제 맞춤복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에서 영감을 받은 세련된 스타일링으로 꾸며진 실내는 안락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최고급 소재인 나파가죽과 럭셔리 시계 메이커에서 사용하는 정교한 인그레이빙(engraving) 기법인 끌루드파리(Clous de Paris) 기요쉐(Guilloché) 패턴, 펄 스티치 등이 적용돼 곳곳에서 프랑스 장인의 노련함과 고집을 엿볼 수 있었다. 인그레이빙은 금속판에 그레이버로 직접 선을 새겨 넣어 제판한 다음에 인쇄하는 동판화 기법이다.
특히 국내에는 유일하게 인스퍼레이션(Inspiration)으로 불리는 실내 테마 '리볼리' 인스퍼레이션이 적용됐다.
화이트 색상의 페블그레이 직물과 나파가죽이 조합된 하프레더 시트, 부드러운 감촉의 화이트 컬러 나파가죽으로 만들어진 D컷 스티어링 휠(운전대), 대시보드와 도어패널에 다이아몬드 스티치 마감을 더 해 럭셔리 브랜드숍과 루브르궁이 있는 파리 리볼리 거리의 우아함이 그대로 옮겨진 듯 했다.
이 외에 기어노브에 E-텐스를 상징하는 'E' 각인을 넣어 내연기관 모델과 차별화된 느낌을 줬으며 고밀도 폼 시트와 두께감 있는 도어, 차음 유리 등을 통해 소음과 진동을 철저히 걸러냈다.
◇강력한 주행 성능 '포뮬러 E 챔피언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약'
기자는 시승 차량 'DS 3 크로스백 E-텐스'의 최상위 트림 그랜드시크의 리볼리 인스퍼레이션 모델을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매송휴게소까지 왕복 약 100km를 달렸다.
전기차에 걸맞은 토크(회전력)로 첫 출발은 경쾌하면서도 힘이 넘쳐 흘렀다. 조용한 엔진음 때문에 가속감은 실제보다 무디게 느껴졌지만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속도 숫자가 높이 치솟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조용한 엔진음뿐만 아니라 민첩한 가속력에 안정적인 승차감이 더해져 이뤄낸 뛰어난 주행 성능임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회전 구간에서는 낮은 전고와 안정적인 차체 비율로 공기 저항을 줄여 주행이 수월했으며 경사 구간에서는 폭발적인 토크와 마력이 뿜어져 나와 무난하게 돌파할 수 있었다.
또한 고속 주행에서 보여준 부드러운면서도 민첩한 변속과 가속력 덕분에 B-세그먼트에서 경험하기 힘든 다이내믹한 주행을 맛볼 수 있었다.
E-텐스는 100kW 전기모터가 탑재돼 최고출력 136마력과 최대토크 26.51kg·m의 힘을 발휘했으며 국내 기준 237km까지 달릴 수 있다.
50kWh 배터리가 장착돼 1회 완전 충전하면 유럽 기준으로 320km까지 주행이 가능하고 복합전비는 kWh 당 4.3km(도심 kWh당 4.8km, 고속도로 kWh당 3.9km)다.
특히 00kW 출력의 급속 충전기로 30분에 배터리를 약 80%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은 눈에 띄었다.
또한 에코, 노멀, 스포츠로 구성된 세 가지 주행모드 지원을 통해 주행 성능이 강화됐으며 최대 1.3m/s2에 이르는 즉각적인 감속을 통해 에너지 회생을 극대화하는 'B(브레이크)' 모드를 사용할 수 있어 전기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
◇차급을 뛰어넘는 '최첨단 안전과 편의 사양'
E-텐스에는 3개 LED 모듈과 15개 독립 LED 모듈이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앞 유리 상단 카메라가 감지하는 주행 조건과 도로 상황에 따라 밝기와 각도를 조절하며 상향등을 유지하는 DS 매트릭스 LED 비전 헤드램프(전조등) ▲스톱앤드 고(엔진이 꺼졌다 다시 켜지는 시스템)를 포함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위치보조(LPA)가 결합된 자율주행기술 레벨2 수준의 DS 드라이브 어시스트 ▲충돌 위험 때 위험 경고와 스스로 제동해주는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등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이 탑재됐다.
또한 모든 트림에 7인치 풀 디지털 계기반과 디스플레이,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오토, 스마트폰 무선충전, 운전석 마사지 기능 등 다양한 편의 사양이 탑재됐다. 특히 그랜드시크 트림에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18인치 휠이 적용돼 편의성과 승차감이 높아졌다.
국내에는 DS 3 크로스백 E-텐스 쏘시크(So Chic)와 그랜드시크(Grand Chic)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으며 판매 가격은 ▲쏘시크 4850만 원 ▲그랜드시크 트림 5250만 원이다. 국고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받으면 3000만 원대부터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