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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애플’ 없어도 현대차 기술이 투자에 매력적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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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애플’ 없어도 현대차 기술이 투자에 매력적인 이유

이태준 기자

기사입력 : 2021-02-14 12:56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변신하는 지능형 지상 이동 로봇 ‘타이거(Transforming Intelligent Ground Excursion Robot, TIGER)’를 현대차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첫 공개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변신하는 지능형 지상 이동 로봇 ‘타이거(Transforming Intelligent Ground Excursion Robot, TIGER)’를 현대차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첫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애플과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 중단을 공식으로 밝혔다. 지난 5일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현대차·기아와의 논의를 중단했다"라고 보도하면서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물론 국내 주식시장도 난리가 났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폭락하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국내 언론에서도 마치 현대차가 애플에 차였다는 듯한 뉴스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런 시장과 투자자들의 반응은 편견일 수 있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기술 분야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비밀주의를 내세우며 불공정 계약을 일삼는 ‘건방진 애플’이 꼭 필요한 기업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애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애플이 현대차의 기술이 탐났을 것이란 얘기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기술기업으로 변신

특히 지난해 로봇 회사인 보스톤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한 것은 현대차가 최첨단 기술로 향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력을 자랑하며 전 세계 로봇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기업이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는 소비자 로봇 공학의 선구자이며 자율주행 및 스마트 공장에서 현대와 공동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 궁합이 딱 맞는 기업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사업 목표를 물류와 이동형 로봇을 거쳐 개인 서비스가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톤 다이나믹스 인수를 통해 기술기업을 목표로 하는 자동차 메이커임을 선언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하는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가 걸어다니는 무인 모빌리티 ‘타이거(TIGER)’를 10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최초 공개했다. 애플이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타이거는 현대차그룹이 차나 사람이 다닐 수 없는 험지나 재난 현장, 화성 탐사 등에 투입해보자는 취지로 ‘자동차'와 ‘로봇'을 결합해 개발 중인 이동 수단이다.

이처럼 현대차는 이제 기술기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현대차, 한계 뛰어넘는 강한 동기

과거 현대차는 신기술 채택에 경쟁자들보다 뒤처졌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최근 기술그룹과의 제휴 및 투자를 통해 빠르게 따라잡고 있을 뿐 아니라 선도업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컨설팅 회사 베인의 파트너인 데일 하드 캐슬은 "현대차는 한계를 뛰어넘을 동기가 강하고,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데 훨씬 더 공격적이다"고 말한다.

현대차의 전기차 모듈 플랫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의 전기차 모듈 플랫폼. 사진=로이터
현대차는 아이오닉(Ioniq)이라는 전용 배터리 전기차(BEV) 제품군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공격적인 전기차 야망은 향후 4년 동안 12개의 새로운 BEV 모델을 출시하고 2040년까지 전 세계 라인업을 완전히 전기화할 것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전기차를 넘어 수소차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드 캐슬은 "현대차가 미래를 바라보는 곳은 매우 분명하다. 이 브랜드는 현 상태를 깨기 위해 혁신하는 브랜드다"라고 강조한다.

애플이 현대차와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하는 것은 현대차가 이제 단순한 자동차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전기차는 물론 자율주행, 심지어 에어 택시의 잠재력까지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회사다.

애플이 자율주행 기술을 내세우지만, 현대차도 이미 애플에 못지않은 기술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바로 앱티브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차가 의존하는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을 제공한다.

앱티브와 합작한 모셔널 자율주행 로보택시 2023년 서비스

현대차는 앱티브와 함께 설립한 합작사 모셔널이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2023년 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모셔널과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 양사는 현대차의 미래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로보택시를 리프트의 공유 서비스망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한다는 방침이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의 최근 보고서는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자동차 제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오히려 현대차와 같은 자동차 기업이 디지털 방식으로 재창조에 나서면 따라잡기 힘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애플은 현대차·기아 미래에 작은 변수일 뿐이다. 물론 양사가 서로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애플이 비밀주의를 내세워 건방을 떤다면 현대차로서도 불이익을 감수하고 불공정 계약을 할 이유가 없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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