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이후 '애플카'를 누가 생산할 것인지를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거론된 후보 기업만 10여 곳에 이른다. 마치 그물을 바닷속 깊이 끌고 다니며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저인망' 방식으로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안을 지켜보는 이들의 혼란만 가중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가 지목한 가장 유력한 애플카 협력 후보는 현대자동차·기아, 일본 닛산, 대만 폭스콘, 캐나다 마그나, 푸조시트로엥그룹(PSA)과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이 합작한 스텔란티스까지 5곳이다.
현대차·기아는 앞서 가장 먼저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주행하고 18분 만에 배터리 80%를 급속 충전하는 전기차 기술을 보유한 점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또한 현대차·기아는 자율주행 전기차용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애플은 하드웨어인 전기차 플랫폼과 이를 토대로 제품을 만들 생산라인을 원해 이익이 맞아떨어진 점도 '현대차·기아-애플 협력설'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두 회사 간 협력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진 이후인 지난 5일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현대차·기아와의 논의를 중단했다"라고 보도했다. 현대차·기아 역시 공시를 통해 애플카 협력 중단을 공식화했다.
그런 가운데 블룸버그가 또 다시 현대차·기아를 유력 후보로 내세웠다. 애플이 현대차그룹과의 협의 사실을 전한 한국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경쟁력을 볼 때 언제든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만 폭스콘은 애플의 전자기기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탁 생산하고 있어서, 일본 닛산은 수익 창출이 급한 탓에 애플과 협력할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마그나와 스텔란티스가 거론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CNN이 지목한 후보도 있다. CNN은 일본 혼다, 인도 타타모터스가 보유한 재규어랜드로버, 볼보의 모기업인 중국 지리자동차 등을 애플카 협력 후보로 꼽았다.
완성차를 생산할 시설과 노하우를 가진 기업이면 대부분 애플과 협력 가능성이 점쳐진 셈이다. 오히려 후보로 거론되지 않은 기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애플이 과도하게 비밀주의를 고집해 소문만 무성한 측면이 있다"라면서도 "지금까지 수많은 업체 이름이 나온 것은 그만큼 애플카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