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가시화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전세계 자동차 제조업계의 생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15일(이하 현지시간) 루마니아 IT매체 플레이테크 등 외신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미치는 파장은 대륙별로 편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럽의 자동차업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업계가 불리한 가장 큰 이유는 인텔,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도시바 등 반도체 공급물량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제조업체가 미국과 아시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비축하는 등 수급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한 자동차 업체는 생산 차질을 피하기 어렵게 돼 있는 구조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공급을 미국과 아시아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손을 쓰고 싶어도 쓰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유럽의 반도체 생산역량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인물은 티에리 브레튼 EU 집행위 내부시장담당 집행위원.
브레튼 집행위원은 최근 행한 연설에서 현재 전세계적으로 10%에도 못미치는 유럽의 반도체 공급량을 5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리고 10나노미터 이하 단위의 반도체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아시아 반도체 업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 차원의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미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 반도체 선도업체들을 추격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들의 도움 없이 반도체 생산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이미 미국과 아시아의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를 막대하게 늘려가며 불꽃 튀는 미세공정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EU가 뒤늦게 뛰어들어 얼마나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널리 퍼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