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가 품귀 대란을 겪으면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생산라인까지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위한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직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다음 달 중순까지 페어팩스·캔자스·잉거솔·온타리오·포토시 등 북미 공장과 멕시코에 있는 일부 공장을 '셧다운(가동 중단)' 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다임러그룹, 일본 혼다·닛산, 미국·이탈리아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역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올해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은 610억 달러(약 67조 2500억 원)에 이른다.
미국 투자 자문기관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1분기에만 손실 규모가 140억 달러(약 15조 43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 업계에 몰아친 반도체 공급 대란은 지난해 말부터 조짐을 보였다.
전 세계에서 개인용 컴퓨터(PC)와 모바일 기기 등 수요가 급증해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설비가 부족해졌다. 차량의 주요 부품이 전자화되면서 반도체 사용량이 수백 개 이상으로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세계 1위 업체 대만 TSMC와 2위 삼성전자, 3위 대만 UMC가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내 반도체 수급 불안 요인이 무엇인지 공급망을 세밀하게 점검하는 행정명령를 내릴 예정이다.
EU는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총 50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 유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EU가 투자를 원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이미 TSMC와 도쿄 인근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에 반도체 개발 회사를 유치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내세워 유치전을 펼친 결과다. 아울러 일본은 반도체 생산라인을 설치하는 방안도 TSMC와 논의 중이다.
국내에서는 정부 차원의 이렇다 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생산 비중이 가장 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재고를 확보해 비교적 공장 가동에 타격이 없지만 반도체 부족이 장기화하면 일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정부가 주요 생산국(대만)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을 요청해 단기 물량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에 투자 인센티브 제공과 세금 감면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