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산업의 아버지' 정몽구(82)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다음 달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지난해 10월 아들 정의선(51) 회장에게 그룹 총수 자리를 넘겨준지 5개월여 만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오는 3월 24일 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 임원인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정 명예회장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며 아직 1년이 남았다. 그러나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이자 현대모비스 이사회 의장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아 정 명예회장이 조기에 사임하기로 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 명예회장은 그룹 내 모든 계열사 등기 임원에서 물러난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 사내이사를 사임했다. 현대차 이사회는 지난해 2월 정 명예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현대차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당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인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넘겨받았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미등기 임원과 현대모비스 사내이사직만 유지하다 지난해 10월 그룹 회장직까지 아들에게 물려줬다.
1938년생으로 올해 만 82세인 정 명예회장은 지난 23년 동안 현대차그룹을 이끌며 한국 자동차 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명예회장은 2000년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에서 자동차와 제철 등 계열사를 들고 독립했다.
그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로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5위 자동차 기업으로 키웠다.
재계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더라도 현대차그룹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선 회장이 이미 2018년 9월부터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맡으며 사실상 경영 전반을 지휘해 오다 회장에 올랐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정 명예회장 후임으로 고영석 R&D(연구개발) 기획운영실장(상무)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음 달 주총에서 논의한다.
현대모비스가 상무급 임원을 사내이사로 추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급보다 전문성을 중시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 상무는 2016년 현대모비스에 합류해 연구기획실장, IR담당, 기획실장 등을 거쳤다.
성상영 글로벌모터즈 기자 s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