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품 전기차 업체 루시드 자동차가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아직 자동차 한 대도 시장에 나온 것이 없는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가 지나치게 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루시드와 합병을 통해 루시드를 우회상장하기로 한 특수목적합병법인(SPAC) 처칠 캐피털 IV의 주가가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23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폭락했다.
한편 앞 뒤 가릴 것 없이 성장 기대감 하나로 주가 폭등이 이어졌던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루시드에 거품 논란이 일면서 SPAC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의 IPO 거품에 조정이 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의 대명사인 미 테슬라 주가 역시 이번주 들어 이틀 연속 폭락하고 있다.
전기차 주가 거품이 본격적으로 조정을 받기 시작하는 신호탄이 될 것인지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게 됐다.
루시드는 SPAC를 통한 우회상장 이후 심각한 거품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루시드 기업가치는 620억 달러로 평가 받았다.
아직 정식으로 시장에 제품이 출시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전기차 시장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 자동차 시장의 터줏대감 제너럴 모터스(GM)와 어깨를 견줄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시가총액이 GM은 725억 달러, 니오는 720억 달러 수준이다.
거품 우려가 나오면서 22일 루시드와 합병에 합의한 이튿날인 23일 처칠 주가는 폭락세를 타고 있다.
40% 넘게 폭락해 반토막 났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했지만 결국 전일비 38.6% 폭락한 상태에서 장을 마쳤다.
루시드 기업가치 고공행진은 대량 생산 계획 차질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루시드는 당초 올 봄까지는 고급 전기세단 '에어'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이를 올 후반으로 늦춰잡은 상태다.
루시드는 또 이날 2025년까지는 흑자 전환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루시드의 기업가치 평가액은 계속해서 높아졌다.
처칠과 합병 합의 당시 118억 달러 수준이던 기업가치는 사모펀드 한 곳이 새 투자자로 합류하면서 240억 달러로 뛰었다. 주가 폭락 속에서도 여전히 6600억 달러가 넘는 테슬라 시가총액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지만 전기차 업체 SPAC 사상 최대 평가액이다.
루시드 최고경영자(CEO) 피터 롤린슨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루시드의 높은 기업가치로 인해 초조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이는 자사 기술력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올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롤린슨은 자사의 첫번째 출시 모델인 '에어 드림'이 사실상 매진됐다면서 에어보다 값이 조금 저렴한 7만 달러 이하 고급 세단을 내년 중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에어는 7만7000 달러에 가격이 매겨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은 점점 전기차 업종, 특히 아직 정식 제품을 출시하지도 못한 업체들의 주가가 심각한 거품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후 니콜라, 로즈타운 모터스를 비롯해 아직 시장에 제품을 내놓지 못했거나 제대로 된 매출도 없는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치솟는 현상은 1999~2000년 닷컴 거품 당시의 묻지마 투자를 연상시킨다는 애널리스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조만간 이들 주가가 대대적인 조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로스캐티펄 파트너스의 크레이그 어윈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부문은 조정으로 향해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루시드의 우회상장을 계기로 부정적인 악순환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윈은 이번주 테슬라 주가 폭락 역시 그동안의 고공행진 거품을 빼는 건전한 흐름으로 평가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