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첫 차량 '아이오닉 5'를 23일 공개해 전기차 대중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에 따라 동급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을 낮추기 위한 완성차 업계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 간 '반값 전기차' 경쟁에 불이 붙었다.
23일 현대차가 공개한 아이오닉 5는 앞뒤 범퍼 끝단과 바퀴 사이 거리를 줄이고 축거(휠베이스)를 늘려 실내를 넓게 확보한 점이 특징이다. 이 차량은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고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갖춰 배터리 80%까지 충전하는 데 20분도 안 걸린다.
관건은 가격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와 함께 높은 가격대는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원인이다.
업계에서는 아이오닉 5 가격을 5000만 원대 초중반으로 예상한다. 국고 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합치면 3000만 원대까지 실구매가가 떨어진다.
현대차는 5600만~5900만 원 수준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이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부터 친환경차 보조금이 차량 가격대별로 차등 지급되면서 가격 인하에 나선 제조사도 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최근 '모델 3'와 '모델 Y'를 출시하며 일부 트림(등급) 가격을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인 6000만 원 밑으로 내렸다.
전기차 국고 보조금은 6000만 원 미만 차량까지 100% 지급되고 6000만~8999만 원은 절반만 지원된다. 9000만 원 이상 전기차에는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고가의 수입 전기차가 보조금을 독식하는 문제를 막고 제조사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취지인 셈이다.
르노와 푸조 등 프랑스 브랜드는 차량 몸집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펼쳤다. 기본 트림 기준 르노 '조에'는 3995만 원, 푸조 'e-208'은 4140만 원이다. 두 차량 모두 소형 해치백이며 국고·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 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재정을 투입하거나 소형차를 출시하는 현재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판매 가격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차량 제조 원가에서 가장 비중이 큰 배터리(30~40%) 문제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빌려 쓰는 배터리'를 대안으로 내놨다. 차량을 구매한 뒤 배터리 소유권은 리스 운영사에 매각하고 배터리를 리스사로부터 대여해 사용하는 형태다. 사실상 배터리 값을 돌려받아 실구매가를 낮추는 듯한 효과를 낸다.
현대차는 현대차그룹 계열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 전기차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 모빌리티(이동수단) 업체 KST모빌리티와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대여 서비스 운영과 사용후 배터리 회수물류를 담당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후 배터리를 사들여 안전성과 잔존 가치를 분석한다. 이 업체는 사용후 배터리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제작해 전기차 급속 충전기에 탑재하고 충전기를 차량 운용사 KST모빌리티에 판매한다.
KST모빌리티는 전기차 기반의 택시 가맹 서비스를 운영하고 택시 충전에 ESS 급속 충전기를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