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남달랐다. 겉으로 보기엔 잘빠진 여염집 규수 같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전통 깊고 뼈대 있는 높은 집안 명문가 출신이다.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이탈리아가 고향인 이 친구를 소개하자면 지난 2016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후 3년 만인 2019년 긴 여정 끝에 국내에 첫 발을 내딛었다.
큰 호응속에 한국에 등장한 이 친구는 이탈리아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가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르반떼 트로페오'다.
슈퍼카로도 잘 알려진 마세라티 브랜드가 쿠페형 세단과 스포츠카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판매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SUV 시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SUV 시장은 제한적으로 판매되어온 고성능 퍼포먼스 슈퍼 SUV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특히 화려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스포츠카를 구매하기 어려웠던 중년층과 여성층 사이에서 SUV 장점인 뛰어난 실용성과 고성능 엔진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SUV인 듯 아닌 듯 'SUV 같은 디자인'
르반떼 트로페오는 겉모습이 SUV 형태로 육중한 골격을 자랑했지만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을 낮게 배치하고 얇은 헤드라이트(전조등)를 갖춰 역동성이 빼어났다.
차량이 전체적으로 굴곡진 라인을 이용해 설계됐으며 전면 범퍼와 보닛, 그리고 측면 앞쪽 양면 등에 에어인테이크(공기 흡입구)와 에어벤트(공기 배출구)를 설치해 날렵하면서도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특히 전면부는 블랙 피아노 색상의 더블 수직바를 사용하고 낮게 배치한 그릴 아래에 3개의 독립적인 에어인테크를 적용해 폭풍 질주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한 풀 매트릭스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는 높은 시인성과 함께 빛이 비추는 방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갖춰 안전 사양도 강화했다.
측면부는 유려한 라인과 길쭉한 바디로 강력한 역동성이 묻어났으며 쿠페형 스타일을 적용해 후면부가 좀 더 날렵해 보이게끔 제작됐다.
타이어와 휠은 22인치가 장착됐으며 고속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차량 후면부는 다소 단순해 보였지만 간결하면서도 힘을 줘야 할 곳에 적절한 포인트 디자인을 적용해 세련미를 극대화했다.
특히 듀얼 머플러를 양쪽 하단에 배치해 시각적으로도 강력한 힘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인 차체 크기는 전장(길이) 5020mm, 전폭(너비) 1980mm, 전고(높이) 1700mm이며 휠베이스(차축 거리)는 3004mm다.
아울러 차량 실내는 우아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통해 남다른 품격을 뽐냈다.
천연 기법으로 가공한 '피에노 피오레' 가죽 소재의 스포츠 시트와 더블 스티치로 세련미를 더한 도어 패널로 르반떼 품격을 높였다. 또한 스포츠 풋 페달과 카본 파이버 소재를 사용한 기어 시프트 패들로 고성능 퍼포먼스의 레이싱 DNA 감성을 더했다.
여기에 스피커 17개와 1280W(와트) 출력을 자랑하는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하이엔드 사운드 시스템, 중앙 콘솔(각종 스위치를 한곳에 모아 제어할 수 있도록 한 조정용 장치)에 8.4인치 마세라티 터치 컨트롤 플러스(MTC+) 디스플레이, 사용자 편의를 강조한 로터리 컨트롤, 전동식 리어 선블라인드(후면 햇빛가리개) , 카본 가죽 스포츠 스티어링 휠(운전대) 등을 통해 드라이버 인터페이스도 대폭 강화했다.
이 외에도 마세라티가 추구하는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시계를 대시보드 중앙 부분에 장착해 레트로 감성을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폭발적인 질주 본능 '강력한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기자는 시승을 하기 위해 르반떼 트로페오를 타고 서울에서 경기도 일산 고향종합운동장까지 왕복 약 100km를 달렸다.
출발 느낌은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폭발적인 힘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면서 상체가 뒤로 젖혀지는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했다.
품격있어 보이는 외모에 잘 숨겨진 야수 같은 심장은 금세 도로 위에서 맹수로 돌변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힘의 세기는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가속 페달에 얹은 발끝에 살짝 힘을 가해도 RPM(엔진 공회전)이 솟구쳐 오르며 튕겨 나가는 폭발적인 가속력은 슈퍼카만의 묘미였다.
특히 르반떼 트로페오는 에어스프링이 장착돼 노멀(일반)과 코르사(스포츠) 등 주행 모드에 따라 차량 전고가 6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고속이나 회전 구간에서 낮은 차체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고 다소 열악한 도로에서 높은 차체로 변경해 운전이 수월했다.
또한 르반떼 트로페오가 육중한 차체를 자랑해 고속 주행에서 흔들림 없는 승차감을 자랑했다.
마세라티 대표 세단 콰트로포르테 GTS의 530마력 8기통(V8) 엔진을 다시 설계한 르반떼 트로페오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은 6250rpm에서 폭발적인 590마력의 최고출력과 2500rpm에서 74.85kg·m의 최대 토크(엔진 회전력)를 발휘했다.
이 엔진은 마세라티 역사상 가장 강력한 V8 엔진으로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공동 제작됐다.
페라리 파워트레인 개발팀과 수작업으로 만든 3.8리터 V8 엔진은 실린더 뱅크에 신형 터보차저를 각각 하나씩 설치하는 '트윈 터보차저 디자인'과 '고압 직분사 방식'을 채택해 반응이 빠르고 효율적인 점이 특징이다.
또한 새로운 2레인 디자인의 8단 ZF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르반떼 트로페오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이 불과 3.9초이며 최고 속도는 시속 304km에 이른다.
아울러 르반떼 트로페오는 최대 가속 성능을 발휘하는 '코르사' 주행 모드를 통해 독보적인 스포츠카의 존재감을 뽐냈다.
코르사 모드를 실행하자 신속한 기어 변속과 함께 낮은 에어 서스펜션 높이, 노면 상황에 따라 댐핑(진동을 줄임)을 조절해주는 ‘스카이훅 댐핑’ 4륜구동(Q4)시스템을 최적으로 제어해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여기에 가속 성능을 극대화시키는 '론치 컨트롤(Launch Control)' 기능을 갖춰 극대화된 퍼포먼스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