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반도체 대란이 아직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반도체 공급 대란 고비는 넘겼다며 희망적 메시지를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3일(현지시간) 생산 감축 연장을 결정했다.
미국·이탈리아 합작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가 합병해 1월 16일 공식 출범한 미·이탈리아·프랑스 3국 합작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 역시 이날 반도체 공급 부족 심화에 따른 실적 악화를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 대란을 완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그 노력이 가시화하지 않으면서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GM은 이날 북미 3개 조립 공장 가동 중단을 연장하고, 추가로 1개 공장을 가동중단 리스트에 더했다.
GM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올 하반기에는 해소되고 GM의 실적 역시 한차례 하향조정한 이전 전망보다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캐나다·멕시코 공장 3곳의 가동 중단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GM은 미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공장 가동 중단은 최소 4월 중순으로 연장했다. 또 멕시코의 산 루이스 포토시 공장은 당초 3월 중순에서 3월말까지로 가동 중단 기간을 연장했다.
이와함께 GM은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의 그라바타이 공장을 가동 중단 리스트에 추가해 4월과 5월 생산을 중단시키기로 했다.
앞서 GM은 3개 북미공장 가동을 3월 중순까지 중단하고, 다른 공장 2곳도 부분적으로만 가동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가동 중단 기간이 연장되고, 브라질 공장도 추가되면서 올해 생산 감축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스는 올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GM의 전세계 자동차 생산 규모가 21만6000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GM은 그렇지만 이같은 추가 감산에도 불구하고 실적 전망을 바꾸지는 않았다.
앞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감축으로 올해 매출이 최대 20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지난달 전망했던 폴 제이콥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낙관 전망을 내놨다.
제이콥슨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하반기에는 정상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면서 실적이 이전 수정치보다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텔란티스는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올해 내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스텔란티스는 이날 반도체 부족에 따른 구체적인 실적 악화 예상치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차질 문제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처드 팔머 스텔란티스 CFO는 이날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부족이 올해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반도체 대란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는 파악이 힘들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도 반도체를 공급해 줄 다른 업체를 물색하고는 있지만 올 하반기에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될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비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PC를 비롯한 전자제품 수요가 폭증하고, 데이터서버 등의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반도체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특히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는 반도체는 PC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가격이 낮은데다,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해 초 봉쇄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반도체 주문까지 취소하는 바람에 공급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드 자동차도 지난달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올 1분기 자동차 생산을 최대 20% 감축하기로 했고, 독일 폭스바겐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반면 일본 도요타, 한국 현대차 등은 반도체 대란 이전에 재고를 대량 확보해 심각한 타격은 피한 상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