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 부채비율은 248%에 이른다. 자본금 100원인 기업이 갚아야 할 돈이 240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고비용 구조도 문제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은 2조 9501억 원이고 매출원가는 2조 8701억 원이다. 이를 비율로 계산하면 97%나 된다. 100원짜리 물건을 팔아서 3원을 남긴 셈이다. 여기에 세금 등 원가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비용을 내면 적자다.
쌍용차가 차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이면에는 높은 인건비도 있지만 차량 판매량 자체가 저조해 상대적인 생산단가가 올라간 탓도 무시할 수 없다. 대량생산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제조업 특성상 생산량이 떨어지면 고정비용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쌍용차의 지난해 판매량은 2019년보다 20.6% 감소한 10만 7416대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한 데다 부품 수급난까지 겪었다.
여기에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시달려 최신형 자동차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신형 모델로 무장한 경쟁사에 밀리고 말았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거나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외에는 마땅히 방법이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직접 협상할 수도 없는 만큼 이렇다 저렇다 하진 않겠다"라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HAAH의 투자의향서 제출 시한이 남은 시점에서 나온 반응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쌍용차 청산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고용 유지가 시급한 가운데 (쌍용차를) 청산하기란 마냥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쌍용차가 생존하려면 노사가 현재 고(高)비용 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