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브랜드들의 경쟁이 본격화 됐다. 베트남의 자동차 시장은 어느새 아세안 국가들 중 3,4위권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다. 경제의 급격한 성장에 힙입어 자동차가 고급 소유물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마이카(My Car)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십수년간 베트남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던 도요타로 대변되는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근래 수년간 급성장한 한국의 현대-기아차 모델들에게 선두자리를 내주며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다. 거기에 '메인드 인 비엣남(Made in Vietnam)'을 내세우며 애국 마케팅을 펼치고 나선 '베트남의 삼성' 빈그룹(Vingroup)의 자동차 브랜드인 빈패스트(Vinfast)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이코노믹은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선두로 올라서는 원년이 될 2021년 베트남 자동차 시장을 3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 주>
베트남 토종 완성차 기업 빈패스트가 베트남 소형차 시장에서 현대를 제쳤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 베트남 소형차 판매량은 빈패스트 파딜이 1746대, 현대 i10가 1398대다. 이에 빈패스트는 소형차 해치백 부문 판매 1위로 올라섰다.
2020년 파딜의 총 판매량은 1만8016대로 현대 i10보다 447대 많았다. 한국 브랜드인 현대와 기아가 베트남 소형차 시장에서 1위를 빼앗긴 것은 5년만에 처음이다.
현대와 기아는 베트남에서 처음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저가형 소형차 i10와 모닝으로 인기몰이에 성공,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동안 일본 완성차 기업들도 베트남 소형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지만, 가격대가 높고 선택 사양이 많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2018년이후 스즈키의 셀레리오(Celerio)를 비롯해 도요타의 위고(Wigo), 혼다의 브리오(Brio) 등은 시장에서 판매량 하위에 머물러왔다.
급기야 2020년 스즈키는 셀레리오의 베트남 수입을 중단했고 미쓰비시는 액스팬더(Xpander), 아트리지( Attrage) 등 인기 모델 판매에 집중하기 위해 미라지(Mirage)의 판매를 종료했다. 파딜, 현대 i10, 모닝에 이어 혼다의 브리오가 소형차 판매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0년 한해동안 판매량은 1906대에 불과했다.
현대 i10과 기아 모닝은 베트남 현지에서 조립하는 이점을 살려 다양한 가격대와 제품군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끌여들여 '베트남인의 인생 첫번째 자동차'로 입지를 굳혔다.
◆경차 빈패스트 우뚝, 현대는 소형차로 눈길돌려
하지만 작년부터 베트남 소형차 시장내 현대와 기아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2020년 현대 i10 판매량은 전년대비 3%, 기아 모닝은 37% 감소한 것이다.
현지 언론과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와 기아가 '시장의 강자' 자리에 안주하는 동안 빈패스트가 가성비 높은 모델을 내놓으며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지난 2년동안 현대와 기아는 i10와 모닝의 외관, 엔진,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지 않았다. 기아는 작년 11월 가장 고가(4억4390만동)에 판매하는 모닝만 새로운 디자인으로 리뉴얼해 판매가를 5600만동 인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빈패스트 파딜은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빈패스트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현금으로 구매시 자동차 가격의 10% 할인, 구매후 2년간 무이자 대출 제공, 각종 할인 등 다양하고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시행했다. 이 때문에 소형차 모델중 판매가가 가장 높다는 단점을 상쇄할 수 있었다.
성능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파딜은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소형차 중 가장 강력한 98마력 1.4리터 엔진을 장착했다. 전자 저울, 잠금 방지 브레이크, 전자식 제동력 분배, 수평 시작 지원, 트랙션 제어 등 안전 장치도 우수하다.
현대는 파딜로 인해 베트남 시장에서 큰 경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 i10과 기아 모닝의 판매량을 합치면 한국 자동차가 여전히 소형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빈패스트 파딜이 바짝 뒤를 쫓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단과 SUV시장에서도 빈패스트는 시동을 걸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아직은 판매량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못하지만 2021년 2월 가장 많이 판매한 세단 ‘톱5’에 빈패스트의 Lux 2.0이 이름을 올린것은 주목할만 하다.
올해 10월에는 자율주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3개 모델을 독자 출시한다. 오는 5월부터 예약판매가 시작되며, 중형 SUV 'VF31', 'VF32', 대형 SUV ‘VF33'등이다.
이외에도 첫번째 전기 자동차인 VF e34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크로스오버형 전기 차인 VF e34는 15분 고속충전으로 180Km를 달릴수 있다.오는 11월 출시 예정으로 오는 6월 30일부터 예약판매를 실시한다. ◆가장 치열한 전기차 시장 한복판에 '도전장'
베트남 현지에서의 선전을 뒤로 한 채 이제 막 자동차를 생산과 판매가 자리잡기 시작한 빈패스트가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라는 뉴스가 올초부터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처음 소식을 접한 이들의 대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도 그럴것이 사실 말이 국내산이지 대부분이 유럽 완성차 업체의 부품을 가져다 조립만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 ‘Made in Vietnam’이라는 용어는 생소하다.
그럼에도 빈패스트의 눈길은 미국을 향해 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빈패스트의 진심에 약간의 기대감까지 가진다. 특유의 애국 마케팅까지 더해지며 연일 ‘국뽕’소식에 환호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최근에는 빈패스트 전기차에 올인하기 위해 빈그룹은 주력산업의 한 축으로 선정한 스마트폰 생산을 접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실제 빈패스트는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자사 전기차 매장과 공장을 설립한다. 캘리포니아주는 테슬라 공장을 비롯, 쟁쟁한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들이 경쟁하는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중심지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빈패스트가 자사의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에 생산 공장, 연구개발(R&D)센터, 전기차 매장, 서비스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글로벌 전기차 산업 중심지에서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다는 전략이다.
로스앤젤레스경제개발위원회(LAEDC)의 보고서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주는 글로벌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에는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남부에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기지가 조성되고 있다.
전기차 관련 배터리 생산 업체, 충전시스템 개발 업체, 부품 공급 업체, 판매 및 서비스 제공 업체가 캘리포나아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는 지난 2013년 캘리포니아 랭커스터에 북미 최대 전기 버스 공장을 설립했다. 전기버스 생산업체 포로테라, 배터리팩 스타트업 로미오 파워, 대형 전기트럭 스타트업 엑소스(XOS) 등도 캘리포니아주에 자리잡고 있다.
2018년말 캘리포니아주내 일자리는 총 27만5,600개였으며, 이중 11만9,200개가 전기 교통 수단과 관련된 것으로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 카운티에 몰려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관련 고용 증가율은 다른 산업 분야보다 2배 높았다. 전기차 산업 종사자의 평균 연봉은 캘리포니아 북부가 9만1,300달러, 남부는 8만900만달러였다.
■ 주 정부의 강력한 지원 ‘기대’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그동안 강력한 전기차 산업 지원 정책을 시행해 왔다.
LAEDC 수석 이사 주디 크루거(Judy Kruger)는 “주정부의 친환경 관련 목표 및 정책을 펼친 결과, 전기차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개빈 뉴섬(Gavin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035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및 트럭 사용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전기차 구매시 2000달러, 6만달러 미만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매시 10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캘리포니아의 전기차 등록 건수는 40만건에 불과하다.
주디 크루거 이사는 “캘리포니아의 독특한 전기차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 발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AEDC는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노력이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AEDC의 경제 전문가 타일러 라페리에(Tyler Laferriere)는 “캘리포니아 시장의 신규 투자자가 많아지고 충전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2022년에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지에서 빈패스트의 전략은 무엇?
미국 언론들은 최근 빈패스트가 캘리포니아주에 50명 규모의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 후 2022년 미국에 전기차를 출시하기 위해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빈패스트는 우선 올해 캘리포니아주에 쇼룸 및 서비스센터 35개를 오픈하고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전기차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핵심부품인 배터리를 임대하는 전략을 통해 판매가를 낮추겠다는 이색적인 전략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빈패스트의 이러한 전략에 대해 많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보냈다.
올해 1월 빈패스트는 인공지능 기술과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전기차 모델 3개인 VF31, VF32, VF33를 출시했다. 올해 11월부터는 베트남 국내에서 주문을 받고, 2022년 6월부터 SUV 전기차를 미국, 캐나다, 유럽에 수출할 계획이다.
빈패스트는 전기차 모델 출시 한달여가 지난 2월 8일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시범 운영 라이선스를 획득, 미국에서 전기차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빈패스트의 전기차 모델 3개중 VF32는 올해 3분기부터 미국에서 주문을 받아 2022년에 차량을 인도할 예정이다.
빈패스트 대표는 "캘리포니아주는 당사가 전기차 상용화 및 시장 진입 기간을 단축하고 투자를 강화하는데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Southern California Edison(SCE)의 이사인 케이티 슬론(Katie Sloan)은 '차지 레디(Charge Ready)' 프로그램을 통해 약 5만개의 충전 포트를 추가 설치해 지역 충전 수요의 30%이상을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는 세계적 전기차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및 도전, 전기차 수요, 법률 지원 등 빈패스트가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