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25일(현지시간)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일부 차종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에 반드시 필요한 주변 환경 탐지에 레이더 대신 카메라를 쓰겠다고 밝혔다.
'온전히 시력'에만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이 레이더나, 전파 대신 레이저를 쏴 주변을 인식하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자율주행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테슬라의 실험이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장 마감 뒤 자율주행 등을 보조하는 레이더 시스템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블로그에서 '테슬라 비전으로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베스트셀러 모델인 모델3 세단과 모델Y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카메라 기반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달 생산물량부터 카메라 시스템이 들어가고 있다고 테슬라는 설명했다.
카메라를 통해 교통 상황에 걸맞은 크루즈 컨트롤, 자동 차선 유지 기능이 지원된다는 것이다.
레이더 센서들은 비교적 고가인데가 이 데이터를 처리하는데도 자동차 컴퓨터 성능의 상당분이 할애돼야 한다.
이를 카메라로 교체하면 생산비 절감과 컴퓨터 용량 무한 증식도 막을 수 있다.
앞서 테슬라는 이같은 구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주주들에게 "오직 시각만으로(비전 온리) 구축되는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완전 자율주행에 필요한 전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테슬라 비전'으로 바꾸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연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트윗에서 '순수 시각(pure vision)'으로 이동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테슬라는 자사 자동차들이 카메라 시각정보와 신경망 프로세서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면서 "오토파일럿, 완전 자율주행(FSD), 특정 활동 안전 기능" 등을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테슬라는 기술 전환 과정에서 오토파일럿과, FSD 시스템이 유용하거나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단기적으로 테슬라 비전을 장착한 자동차들이 일시적으로 기능이 제한적이거나 작동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의 이같은 방향은 대부분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흐름과 배치되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대개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하면서 레이더와 라이다를 활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크루즈, 알파벳의 웨이모, 오로라 등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들은 카메라와 함께 레이다와 라이다를 시스템에 포함시키고 있다.
카메라와 달리 레이더와 라이다 센서들은 자동차 주변 환경을 더 정밀하게 탐지하고, 도로의 장애물도 피할 수 있는 더 정교한 주변 정보를 제공해준다. 특히 안개, 야간, 악천후 등으로 주변 시야가 좋지 않을 때 레이더와 라이다는 카메라에 비해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
그러나 머스크는 라이다를 '목발(crutch)' '헛고생(fool's errand)'이라며 폄하해왔다. 이 장치가 지나치게 고가인데다 사용도 어렵다면서다.
그는 다만 레이더는 아직까지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테슬라가 이날 일부 차량을 대상으로 레이더 시스템을 배제하기로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레이더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엣지케이스 리서치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카네기멜론대 교수인 필 쿠프먼은 테슬라가 지금은 레이더를 뺀다고 해도 선진 자동화 기술을 구현하려면 나중에라도 다시 레이더를 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