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39%’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갈아타고 싶은 의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최근 조사를 벌인 결과다.
친환경으로 가는 것이 대세이고 친환경 교통수단의 대표격인 전기차가 요즘 화두인 것을 감안하면 응답자의 39% 정도가 전기차로 갈아탈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을 열렬한 반응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생활전문 매체 인사이드훅에 따르면 그렇게 쉽게 해석하고 넘어갈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뜻밖의 조사 결과(?)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3일 발표한 전기차 관련 소비자 여론조사 결과의 핵심은 미국 소비자의 39%, 즉 10명중 4명 정도만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전기차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대목이다. 반면에 46%는 구입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놓고 미국 언론은 대부분 요즘 전기차가 뜨고 있는 분위기 등을 전반적으로 감안할 때 39% 정도만 구입 의사가 있다는 조사 결과는 예상 밖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에서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뜨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더 필요할 것임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는 시각이 깔린 해석이었다.
심지어 조사를 맡은 퓨리서치센터도 ‘39%’라는 부분을 앞세우지는 않았지만 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엇갈린 반응이 소비자들에게서 나왔다고 제목을 달았다. 부정적인 반응이 뜻밖으로 크게 나왔다는 해석이 녹아있는 제목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그러나 인사이드훅은 “작은 그림에만 주목하다보니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큰 그림을 보기 위해 퓨리서처센터의 조사 결과 외에 더 검토해야 하는 정보는 지난 한해동안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가 얼마나 많이 팔렸느냐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신규등록한 전기차(플러그인 차량 제외)가 신규등록한 전체 소형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이었다.
얼핏 작게 느껴지지만 알고보면 미국에서 새로 등록된 소형차 중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8%나 된 것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숫자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의 문제. 이런 추세라면 신규등록 소형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올해 3.5%로 늘어나는데 이어 2025년께면 1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사이드훅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응답은 구체적인 구입 의사라기보다는 관심도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면서 “신규등록 차량 규모는 향후 구입 추세를 예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라고 강조했다.
◇가격의 문제
퓨리서치센터의 이번 조사 결과는 39%만 이해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하는 것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 가운데 ‘전기차의 비싼 가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 전기차로 갈아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 전기차 가격이 아직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이드훅은 차량 자체 가격만 놓고 보면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가격이 아직은 충분히 저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연료비를 비롯해 차량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돈이 길게 보면 내연기관 차량보다 적다는 얘기.
또 이번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전기차에 대해 충분히 알고나면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응답이 많았던 것도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밝게 하는 대목이라고 인사이드훅은 덧붙였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