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에서 내놓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캐스퍼' 인기가 뜨겁다.
캐스퍼가 독특하고 유니크한 디자인과 현대차에서 19년만에 내놓은 경차 모델이라는 점이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캐스퍼는 사전계약 첫날 현대차 역대 내연기관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계약대수를 기록하는 흥행을 일궈냈다.
현대차가 지난 14일 캐스퍼 사전계약을 실시한 결과 하루 만에 1만8940대의 예약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이는 2019년 11월 출시한 6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세운 사전계약 최고 기록(내연기관 기준)을 넘어선 수준이다.
캐스퍼는 첫 양산과 함께 올해 1만2000대 생산을 목표로 했는데 17일 기준 예약자가 이미 2만대를 넘어 올해 판매량이 사실상 모두 '소진'됐다 볼 수 있다.
하지만 가격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저 트림(등급) '스마트'는 1385만 원, '모던' 1590만 원, 최상위 트림 '인스퍼레이션'이 1870만 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2057만 원으로 치솟는다. 이는 경형 모델 가격으로 따지면 비싼 편이다.
캐스퍼가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이자 광주형일자리 1호 기업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차로부터 위탁 받아 생산하는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경차에 비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캐스퍼의 가격 구조는 기존 현대차‧기아의 소형 SUV 일부 모델 판매에 악영향을 주는 이른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야기할 수 있다.
카니발라이제이션은 한 기업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뜻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라인업(제품군)은 소형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빼곡하다. 현대차는 소형 SUV '베뉴'와 '코나'가 있고 기아는 '니로'와 '셀토스'가 있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쏘울', '스토닉'까지 소형 SUV에 6종이 포진됐다.
문제는 현대차 SUV 라인업의 가장 하단에 있는 소형 SUV '베뉴'다. 베뉴 가격은 1689만~2236만 원으로 캐스퍼와 자동차 시장을 놓고 충돌할 여지가 높다. 베뉴 최상위 트림에 선택 가능한 옵션을 다 넣으면 2316만 원이다.
일반적으로 상하위 차급(자동차 등급)간 가격대가 겹치면 하위 차급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라 보인다. 가격이 같으면 큰 차를 사는 게 일반적인 소비 성향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베뉴가 캐스퍼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회사 내 제품간 판매간섭은 '패자의 도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아가 올해 상반기 스토닉과 쏘울을 단종한 것도 셀토스에 밀려 판매량이 저조한 탓이 크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두렵다고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마케팅 전략"이라면서 "카니발라이제이션 우려에 새 제품과 새 가격 결정을 미루는 사이에 경쟁업체가 신제품을 내놔 시장을 공략할 수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