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즈 박희준 기자]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악의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면서 올해 4분기 출시할 예정인 신차들의 출시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물론,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까지 자동차 반도체 재고 부족으로 감산 위기에 처했다.자동차 반도체 병목 현상 장기화로 내년까지 수요보다 반도체 공급이 부족한 보릿고개가 예상되면서 신차 출시를 미룰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19일 자동차 부품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연말 출시할 예정인 4세대 제네시스 G90(프로젝트명 RS4), 기아 니로(프로젝트명 SG2) 후속 차량 생산 계획이 각각 내년 1분기, 2분기 이후로 미뤘다. 제네시스 G90, 기아 니로는 원래 올해 4분기 초도 물량 생산이 계획된 차종이었다.
4세대 G90, 2세대 니로 후속 모델은 지난해 양산 전 프로토타입 차량이 실제 주행 테스트에 들어가면서 최종 품질을 점검하는 모습이 보인 차종들이다. 사실상 개발완료 됐지만 현대차그룹은 세부 생산 일정을 조율하고 최근 반도체 수급 지연을 이유로 각 협력사에 생산 일정을 내년 이후로 보류하겠다고 전달했다.
신차 출시가 연기된 것은 현재 출시된 신차들조차 주문 대비 생산 회전율이 높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또 다른 신차 출시는 무리라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 지연에 대해 "빨리 출고가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고 일정 조정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준중형 SUV 투싼 하이브리드, 싼타페 하이브리드, 포터2 EV 등은 계약 후 출고까지 6개월 이상이 걸린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출고까지 11개월이나 걸린다.
현대차나 기아보다 자동차 반도체 수급이 수월한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도 차량용 반도체 재고가 부족해지자 감산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한국지엠은 지난달부터 부평공장에서 50% 감산하고 있다.
8만대 이상 생산 차질이 생긴 한국지엠은 전 세계 수출되며 쉐보레의 효자 역할을 하던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지엠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말 출시가 예정됐던 2022년식 볼트EV, 볼트 EUV의 배터리 문제로 인한 리콜 때문에 한 대도 출고되지 못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와 견줘 생산 규모가 작아 부산 공장을 정상 가동해온 르노삼성차와 평택 공장의 쌍용차도 곧 감산할 만큼 반도체 재고는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르노삼성차는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은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 이번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할지 걱정하고 있다. 쌍용차 역시 자동차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렉스턴 스포츠, G4 렉스턴 같은 인기 차종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신차 출고 지연, 자동차 부품 공급 차질도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