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한국 수입차 시장이 아시아 소비자들의 자동차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테스트 마켓'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수입차 업체에 대한 규제 장벽이 낮아 '자유도'가 보장된 점도 한 몫 한다. 한 때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우리나라로서는 괄목할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오프로드 자동차 브랜드 지프가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랜드체로키 L' 모델을 '아시아 최초로' 지난달 24일 한국 시장에 공개했다.
뒤이어 지난 26일 성대한 막을 올린 '2021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독일 BMW 산하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미니'와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도 한국에 아시아 최초로 각각 '미니 스트립'과 '파나메라 플래티넘 에디션'을 내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수입차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한국시장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수입자동차, 시장점유율 20%에 육박....한국, 주요 시장으로 발돋움
한국이 이렇게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고공행진하는 '수입차 판매량'이 주효했다.
도로 위에서 다양한 수입 차량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988년 0.08%에 불과했던 수입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2012년 처음 10%를 넘었으며 2020년에는 1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10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대수는 23만3432대로 2020년 1~10월 수입차 판매량(21만6004대)과 비교해 8.1%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20%에 육박한다.
이처럼 한국이 아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짧은 기간 내 '수입차 핵심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국산 자동차가 제공하지 못하는 세련됨과 놀라운 주행성능을 수입차에서 찾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국, 중국·일본과 비교해 수입차 시장 '자유도' 높아
한국이 아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큰 손'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큰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 자유도'를 꼽을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수입차 업체의 시장 진입과 차량 출시 등에 따른 정부 규제가 비교적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이고 연간 차량 판매가 2000만 대를 넘는다. 하지만 중국은 수입차업체에 바로 ‘합작차’ 생산 방식을 고수한다.
합작차는 두 업체가 합작해 차량을 생산하는 자동차다. 이에 따라 중국 회사와 외국 회사가 거의 같은 지분을 갖는 합작법인을 세워 자동차를 생산한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체가 자율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합작차를 통해 수입차 브랜드 고유의 특성이 훼손을 입는 상황인 반면 일본 자동차 시장은 '폐쇄적'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자국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수입차 판매는 예상보다 저조하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올 1~10월 일본 자동차 판매(경차 제외)는 235만7760대이며 이 가운데 수입차는 29만2491대로 12%에 불과하다. 여기에 일본차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경차(140만1638대)시장까지 고려하면 수입차 비중은 7%로 크게 낮아진다. 한국 수입차 시장이 20%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점점 늘어나고 수입차업체들의 사업활동에 따른 제약이 적다"며 "앞으로도 수입차업체들은 한국에 아시아 진출 차량을 처음 선보이는 등 테스트마켓으로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