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에 이어 기아 EV6를 겨울에 다시 만났다. 기아 첫 순수 전기차를 타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누비며, 차량을 시승했다.
얼굴은 날렵하고 각 잡혔다. 헤드램프(전조등)는 힘을 주고 위로 치켜든 눈을 떠올리게 하고 주간주행등(DRL)은 그릴과 맞닿는 부분에서 시작해 위를 향해 뻗쳐나간다. 여기에 보닛 위를 강렬하게 지나는 라인과 각진 범퍼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옆모습은 치명적이다. 터질듯한 볼륨감을 가진 보닛과 스포츠카 같이 튀어나온 뒷 펜더(바퀴 윗 부분)는 강렬한 인상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제 차선을 바꾸기 위해 사이드미러를 볼때마다 봉긋한 볼륨은 입가에 미소를 띄게한다.
후면은 독특하다. '폭탄 구름'을 뒤집어 놓은 거 같다. 유리창과 몸통 부분이 확실히 구분된다. 하나로 이어지는 램프는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크롬 라인은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트렁크 하단 부분을 돋보이게 만든다.
운전석에 앉으니, 익숙한 듯 낯설다. 지난번 시승한 기본 모델과 비슷하지만, 곳곳에 '새로운 포인트'가 눈에 들어온다. 조수석 대시보드 상단에는 하얀 패턴이 추가됐으며, 시트에는 스웨이드를 적용했다.
'전원' 버튼을 눌러 차량을 깨웠다. 소음은 따로 없었으며, 계기판 왼쪽 하단에 'Ready'라는 단어로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운전자에게 알렸다.
이번에 시승한 EV6 GT라인은 229마력, 35.7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전기 모터를 탑재했다. 배터리는 77.4kWh(킬로와트시)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434km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 본격 주행을 시작했다. 페달을 밟자, 차량은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가 몸이 뒤로 쏠렸다. 지금까지 여러 대의 전기차를 타봤지만, 매번 놀라고,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이다.
기아 전기차는 날렵한 '몸놀림'과 '안정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한 번에 모든 출력이 뿜어져 나오는 전동화 모델답게 바람을 가르며 달려 나갔다. 또한 배터리가 발밑에 위치해 속도를 높여도, 급하게 운전대를 틀어도 흔들림이 적었다.
EV6의 진가는 속도가 붙었을 때 발휘됐다.
페달을 깊이 밟자 속도는 순식간에 90km까지 올라갔다. 모터 소리는 더 커져, 달리기 본능을 자극했다. 이 차를 순순하게 시내에서만 몰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실내는 단조롭고 디지털화됐다. 12.3인치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는 하나로 이어졌다. 화면 내 큼직한 글자 크기와 뚜렷한 그래픽은 정보를 파악하는 데 유용했다. 수평형 공조 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공조 장치를 통합한 조작 버튼은 편리한 주행을 도왔다. 다만, 손에 익기 전까지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감성적인 측면도 놓치지 않았다. 다양한 컬러로 표현되는 '실내 무드등'과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엔진 사운드를 선택할 수 있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능은 스타일리쉬, 다이내믹, 사이버 총 3가지로 구현되며, 자칫 조용해 심심할 수 있는 주행을 더욱 감칠맛 나게 만든다.
또한 100만원을 더해 넣을 수 있는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드라이빙 경험을 더욱 깊고 특별하게 만든다.
시승을 마치고 계기판을 확인하니 2박 3일 동안 약 160km를 주행했다. 운행 시간은 6시간 남짓이었다. 평균 전비는 1kWh당 4.9km로, 공인 복합전비 4.6km 높게 나왔다.
주행거리에서도 평균 이상이었다. 차량을 처음 받았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400km였다. 차를 반납할 때는 200km 정도가 남아있었다. 약 40km 정도 편차가 발생했지만, 겨울철이고 회생 제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을 고려했을 때 높은 효율성을 보여줬다.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크게 불편하지 않다. 1열은 다리를 쭉 뻗고도 편하게 앉을 수 있으며, 어깨와 머리 공간도 넉넉하다. 2열은 머리공간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배터리가 하부에 깔렸고 높이가 낮은 탓에 손바닥을 두 개 겹치는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트렁크 공간은 520ℓ이지만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300ℓ까지 늘어난다. 또한 프렁크(프런트+트렁크)는 배낭 2개 정도 들어갈 공간을 갖췄다.
기아 EV6는 출시 1년도 안 돼서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2022 ‘올해의 차’ 수상, 영국 왓 카 어워즈 2022 ‘올해의 차’ 수상, 독일 2022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수상 등 자동차 전문기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근거는 확실하다. 넉넉한 주행거리와 호불호 갈리지 않는 승차감과 주행성능, 여기에 매력적인 디자인까지 삼박자를 갖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