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북미법인이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매사추세츠주에서 차량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텔레매틱스 기능을 삭제한 채 판매하고 있어 자동차업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아 뿐 아니라 일본 자동차브랜드 스바루 역시 해당지역에서 텔레매틱스 기능을 제외한 신차를 판매 중이다.
기아가 기능을 삭제한 텔레매틱스 기능은 차량의 정비정보를 차량소유주에게 전달해주는 주요 기능이다. 차량 소유주는 텔레매틱스 기능을 통해 원격시동과 자동자금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타이어 공기압부터 엔진오일, 와이퍼액 등 다양한 차량 정비 정보와 주행정보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북미지역 자동차매체 오토블로그는 기아와 스바루 매사추세츠 지역에서 탤레매틱스 기능을 삭제한 신차를 판매하고 있다고 지난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사추세츠 지역에서 기아 신차를 구입할 경우 텔레매틱스 기능을 빠진 신차를 사게 된다는 것이다.
기아가 해당지역에서 텔레매틱스 기능을 삭제한 이유는 '수리(정비)권리'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어서다. 북미지역에서는 현재 자동차를 포함한 스마트폰과 농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수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제조사들과 법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2020년 투표를 통해 자동차의 온라인 데이터를 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투표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완성차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 정보들을 소비자(혹은 정비업체)가 원할 경우 쉽게 제공해야 하는 법안을 발의해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연히 완성차업체들은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기아와 스바루 역시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텔레매틱스 기능을 삭제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수리 권리 운동은 완성차업체들이 자동차정비 방식을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과거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기계들로만 이뤄져 자격을 갖춘 정비업체라면 브랜드와 관계없이 수리가 가능했지만, 현재 출시되는 완성차들은 포트를 연결해 차량기능을 스캐닝 하는 방식으로만 정비를 할 수 있다.
사실상 제조사가 제공한 정비장비들과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뛰어난 정비기술이 있어도 차량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완성차들은 기업비밀을 이유로 관련정보 제공에 인색하다. 인증 받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차량정비를 받을 경우에는 향후 A/S조차 받을 수 없기도 하다.
차량 소유주 입장에서는 가까운 정비센터가 아닌 제조사의 지정센터에서만 차량 수리를 맡길 수밖에 없으며, 영세정비업체들은 국가인증 자격과 뛰어난 손기술을 갖고 있어도 고가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만 차량을 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수리권리 운동은 현재 자동차외에도 스마트폰과 농기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수리사업 경쟁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에 직접 서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들이 직접 수리하는 셀프수리 프로그램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방거래위원회와 매사추세츠 주의회도 규제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일리노이 주 민주당 소속 바비 러쉬 하원의원은 자동차 수리점에 완성차업체들이 대리점과 동일한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러쉬 의원이 제출한 법안 완성차업체들이 차량 정보를 소유주와 정비업체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개방형 표준(데이터 플랫폼)을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완성차업체들에게 자동차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는 얘기다.
완성차업체들은 해당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스바루 측 관계자는 "해당 법안을 준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소매업자와 고객 모두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정보를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공개할 경우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차량 주행정보를 공개되므로 소유주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수리 권리 및 데이터플랫폼 관련 법안은 현재 연방 지방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편 기아아메리카 측은 텔레매틱스 기능 삭제와 관련 "운전자는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오토를 이용해 일부 기능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