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지 10개월 만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상거래 채권단이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면서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에 제동이 걸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430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의 주요 기업 대표들은 지난 2일 평택 공장 인근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회생계획안에 대한 반대를 결정했다.
인수까지 남은 고비를 쌍용차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쌍용차는 과거 이와 유사한 위기를 여러 차례 극복해왔다. 1998년 외환위기와 상하이자동차와 마힌드라자동차로 주인이 바뀌었을 때다.
이때마다 쌍용차를 위기에서 건져낸 '구세주' 같은 모델이 존재했다. 벤츠 엔진을 달아 큰 인기를 끌었던 '무쏘', 국내 고급 SUV 시장의 포문을 연 '렉스턴', 도심형 SUV를 지향하며 새로운 도전을 했던 '코란도 C',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티볼리' 등 쌍용차를 위기에서 구한 모델을 살펴봤다.
무쏘와 렉스턴으로 위기 탈출
쌍용차의 1990년대 후반은 혼란의 시기였다. 이 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 등과 함께 국내 4대 자동차 회사로 꼽혔다. 이 회사는 독일 벤츠와 기술 제휴한 ‘무쏘’와 ‘뉴코란도’를 연이어 내놓으며 4WD(사륜구동) 레저용 SUV 차량 선도 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1992년 이래 누적 적자에 더해 ‘체어맨’ 개발비까지 합쳐 3조4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지고 있는 쌍용차는 1998년 대우차에 매각됐다.
위기에 맞이한 쌍용차는 '무쏘'와 '렉스턴'으로 다시 한번 달리기 시작한다. 먼저 이 회사는 2001년 9월 국내 SUV 시장의 고급화를 이끈 공신인 렉스턴 1세대 모델을 시장에 내놨다. 이 모델은 1998년부터 3년간 1600억을 투자해서 개발됐다.
렉스턴 1세대는 성공했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넓은 공간, 그리고 경쟁모델이 없다는 것이 주효했다. 실제 이 모델은 출시 첫해 1만1264대, 이듬해(2002년 1월~12월)에는 4만7295대가 팔렸다.
이어 쌍용차는 2002년 화물칸이 있는 SUV 무쏘 스포츠를 출시했다. 무쏘 스포츠는 1993년 출시한 무쏘를 기반으로 2001년 개발을 시작해, 16개월간 450억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차체 길이는 무쏘 대비 275mm 늘여, 트렁크 공간을 400kg 적재할 수 있는 화물칸으로 확장했다.
무쏘 스포츠는 2006년 말 단종 될 때까지 국내에서 7만5000대를 판매됐다. 당시 어려웠던 쌍용차를 이끌어나간 구세주였다.
코란도 C와 티볼리로 다시 한번 '도약'
렉스턴과 무쏘로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던 쌍용차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2004년 쌍용차는 5억달러(당시 약 5185억원)의 규모에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 당시 상하이자동차는 임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고, 연구개발(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를 지속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상하이자동차의 거짓된 경영은 쌍용차를 다시 위험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약속한 투자 등을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5년 사이 2000명이 해고 당했고 한국에서 철수하며 쌍용차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까지 훔쳐 갔다.
위기 속 쌍용차는 코란도의 3세대 모델이자 액티언의 후속모델로 '코란도 C'를 지난 2011년 출시했다. 이 모델은 프레임 바디가 적용되었던 1세대와 2세대와는 달리, 3세대는 역대 코란도 중 최초이자 쌍용자동차의 SUV 최초로 모노코크 바디가 적용되었다. 출시 첫해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4만612대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으며, 이듬해에는 4만9660대가 판매되어 쌍용차의 판매를 이끌었다.
코란도 C가 출시된 같은 해 쌍용차의 주인은 새롭게 바뀌었다. 인도 마힌드라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지분 70% 확보를 위한 신주 4271억원과 회사채 954억원 등 총 5225억원의 자금이 투자됐다.
새로운 주인의 지원으로 소형 SUV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티볼리가 지난 2015년 시장에 나왔다.
이 모델은 안전성과 편의성까지 모든 면에서 동급 최고 수준의 상품성을 확보하기 위해 42개월의 연구개발 기간과 35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되는 등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완성됐다. 출시 첫해 4만5021대(수출 포함 6만3693대), 이듬해에는 2016년엔 내수와 수출을 더 해 8만5821대 판매됐다. 이 모델은 국내 소형 SUV의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쌍용차의 흑자 전환을 9년 만에 이끌었다.
전기차와 J100, 새로운 주인과 함께 장밋빛 미래 그린다.
쌍용차는 올해 3번째 주인과 함께 다시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중심에는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과 중형 SUV 'J100'이 있다.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은 지난달 4일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이 모델은 사전 계약을 실시한 결과 3주 만에 초도 물량 3500대를 돌파했다.
코란도 이모션은 코란도 플랫폼을 활용하여 정통 SUV 스타일에 EV 감성을 더한 쌍용차 최초의 전기차로 다양한 레저활동이 가능한 SUV 본연의 공간 활용성, 안전성, 편의성에 실용성까지 갖춰 최고의 가성비 전기차로 평가받고 있다.
J100은 오는 7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J100은 지난 6월 디자인이 공개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나오면 바로 산다.", "이것이 바로 쌍용차다", "이제야 제대로 하는구나" 등 호평이 쏟아졌다.
J100은 국내 소비자들이 '추억의 명차'로 여기는 무쏘의 후속 모델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쌍용차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헤리티지인 ‘강인하고 안전한 SUV’라는 본질을 바탕으로 새롭고 모던한 정통 SUV의 스타일링을 구현했다. '강인함'을 주제로 삼아 새로운 디자인 비전 및 철학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Powered by toughness)'를 적용했다. 여기에 미래 지향성과 SUV 고유성을 결합했다.
쌍용차는 위기가 있을 때마다 매번 '새로운 차종'으로 이를 정면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번에도 쌍용차는 전기차와 정통 SUV 등 신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다시 한번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쌍용차의 앞날의 기대가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