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소형 프리미엄 브랜드 미니가 전기차를 내놨다. 국내에는 지난 3월에 공개됐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출시된 지 3년이 넘어 부분 변경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미니가 전기차는 내놓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미국 LA 오토쇼서 미니 E를 공개했다. 약 15년 전이다. 당시 이 모델은 판매용이 아니라 테스트용이었으며, 최고 출력은 200마력 초반에, 주행거리는 240km 전후였다.
미니 E를 통해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생한 모델이 바로 '미니 일렉트릭'이다. 이름에서부터 전기차임을 강하게 드러내지만, 실물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독특한 점은 이 차의 테마 색상이 '노란색'이라는 것이다. 사이드미러, 그릴 안 로고, 휠을 감싸는 테두리 등 곳곳에 노란색이 더해졌다. 손이 닿은 운전대 하단과 기어봉, 시동 버튼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전기차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보통 친환경차에는 '푸른색'을 넣는 것이 하나의 규칙처럼 여겨져 왔다. 미니는 달랐다. 색깔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본인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 것이다.
다음 시선은 자연스레 휠로 향한다. 이색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대칭 또는 균형을 지키며 오던 기존 형태가 아니다. 십자가를 닮은 듯하면서, 허수아비가 떠오르는 모양이다.
실내는 8.8인치 터치스크린과 위·아래로 움직이면 작동이 되는 토굴식 버튼이 미니만의 디자인 DNA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운전자를 반긴다. 시동 스위치를 내리니, 스피커에서는 '윙~~' 소리가 퍼져 나온다. 운전대 링은 두툼해, 잡기가 편하다. 시트는 수고스럽게도, 수동으로 조절 해야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충전량은 100%에, 주행가능거리는 17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공식거리인 159km보다 11km 더 갈 수 있는 거리다.
주행은 서울역에서 남양주의 한 카페까지 34km를 달렸다. 전체 주행가능 거리의 20%에 해당한다. 실주행은 내부순환로 8.6km, 북부간선도로 14km, 경춘로 4.9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서울역~홍제역 구간에서는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전기차 주행에 최적화된 주행 환경이다. 실제 5.4km를 주행했지만,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거리는 168km로, 크게 줄지 않았다.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주행 모드를 연료 효율에 최적화된 '그린'에 두고 주행한 탓이었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 올라서자, 자연스레 속도를 높였다. 쭉 뻗어나가는 가속력은 출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이 차에는 최대 출력 184마력, 최대 토크 27.5kg·m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가 들어간다. 192마력, 28.5kg·m의 힘을 내는 쿠퍼 S와 크게 차이가 없다. 몸무게도 1390kg에 불과하다. 기존 모델 대비 약 100kg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금세 기존 모델과 차이점을 찾았다. 우선 조용하다. 엔진의 떨림이나, 진동은 손에도, 귀에도 느껴지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에어컨 소리, 방향지시등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호쾌한 주행 중 회생제동 모드를 사용했다. 속도를 높이니, 전비와 주행거리가 빨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회생제동 모드는 2가지다. 낮음과 높음이다. 높음에 두고 주행하니, 브레이크 제동력이 온몸에 느껴진다. 가속페달을 확 떼면, 보닛은 '툭'하고 떨어진다. 강도는 크지 않다. 다른 차들의 2~2.5단계 수준이다. 낮음에서는 페달에 힘을 주지 않아도 앞으로 힘있게 나아간다. 내연기관에서 느껴지던 타력주행이 오롯이 느껴진다.
8인치가 넘는 디스플레이는 요긴하다. 길어서 좋다. 하지만 높이에서는 아쉽다. 그래서 지도가 길게 보이지 않는다. 터치는 바로바로 된다. 누르고 한참을 기다리는 등의 불편함은 없다. 바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간다. 내비게이션은 순정이 아닌 무선 카플레이를 이용해, 큰 불편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처음 느껴본 가벼운 움직임과 핸들링이다. 작은 차를 좋아하고, 특히 해치백에 큰 애정을 두고 있어, 차가 주는 이러한 모습들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생각해보면 이 차는 움직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우선 가볍다. 운동을 할 때, 특히 달리기나, 철봉 등을 할 때 몸무게가 가벼운 사람이 유리하듯, 자동차도 똑같다. 그래서 인지 툭툭 치고 나가는 느낌은 마침 음악 속에 녹아든 비트에 맞춰 자연스럽게 장단을 맞추는 모습 같다. 즐겁다. 더 크게 몸을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또한 차가 낮고, 축간거리가 짧다. 그래서 더욱 살랑살랑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시내 주행에서는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두 번째는 핸들링이다. 주행 전 잡은 운전대는 묵직하다. 뻑뻑하기까지 하다. 한손으로 돌리면 힘에 부친다. 이런 특징들은 속도를 높였을 때 차를 더욱 재밌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운전대를 돌리면, 200%의 싱크로율을 보이며 앞코가 움직인다. 그만큼 차가 자유롭게,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거부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운전자는 엑셀만 밟아서 앞으로 가면 된다.
어느새 주행거리는 100km가 넘었다. 차와 하나가 된 듯한 착각까지 든다. 마치 내 생각을 잘 아는 절친이 하나 더 생긴 느낌이다. 그만큼 차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흥분이 가라앉히고, 다양한 주행모드를 시험했다. 드라이빙 모드는 스포츠, 노멀, 그린과 그린+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전기차답게 달리고 싶다면 스포츠를, 무난함을 원한다면 미드로 주행을 하면 된다.
그린은 에코 모드다. 연료 효율에 최적화 되어 있는 상태다. 스포츠 모드에서 그린으로 단계를 내리면 주행거리가 약 3~5km 정도 늘어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린 플러스는 이보다 더욱 짠돌이 모드다. 에어컨 등 공조 장치도 꺼진다. 운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을 보고 달리는 것이다.
2박 3일간 약 300km를 넘게 주행했다. 충전은 2번이나 했다. 시내와 고속에서도 두루 주행했지만, 미니는 역시 도심에 맞는 차량이다.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그런 것이 아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차들로 가득한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보다는 도심 속 좁은 길로 다니며,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모범답안과 같은 차다.
니콜라스 피터(Nicolas Peter) BMW 그룹 재무 총괄은 미니에 대해 "미니는 도심 주행에 완벽히 부합하는 특성에 맞춰 BMW그룹 최초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날 예정”이라고 말한 적 있다. 시승을 마치고 그의 말을 곱씹어보니, 미니는 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