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최대 자동차 업체에서 전동화 통한 전기차 업체로 변신 추진
플랫폼, 소프트웨어, 배터리 및 충전, 자율주행 등 4가지 기술 분야에 집중
전용차 전용 공장 하노버에서는 전기 상용차 ID.버즈와 ID.버즈카고 생산
전기차 경쟁력 확보 위해 배터리와 충전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 감행
모이아, 카리아드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떠오른 자율주행에 집중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이자, 독일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이 새로운 슬로선 ‘뉴 오토(New Auto)’를 내세우며 전동화를 넘어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성 및 탈탄소화와 함께 전기와 디지털 모빌리티 시대에 도래할 기회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서 플랫폼, 소프트웨어, 배터리 및 충전, 자율주행 등 4가지 기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달 17~26일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한국 기지단 초청 미디어 행사를 통해 뉴 오토 전략은 현재 진행형이며, 기존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주도형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플랫폼의 변화…. 하노버와 츠비카우에 답이 있다
폭스바겐은 정통 자동차 업체다. 가솔린·디젤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내연기관 모델을 생산하는 거대 자동차 기업이다. 산하에는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스코다, 세아트, 쿠프라 등이 위치한다.
판매량에서도 단연 선두에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 감소한 888만대를 판매해, 토요타에 이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완성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5~10%가량 증가한 903만~946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올해 지표별 재무성과를 매출액 8~13% 증가, 영업이익률 7.0~8.5% 등으로 예측하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절대강자를 유지하던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2015년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잠시 주춤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웠고, 수조원에 달하는 배상금과 보상, 브랜드 이미지 추락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침체기는 길지 않았다. 발 빠른 변화 노력 덕분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자동차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었다. 기존 골프, 파사트, 아테온, 아우디 A3, 세아트 레온, 스코다 옥타비아 등 산하 브랜드에 걸쳐 사용된 내연기관 모델 전용 MQB 플랫폼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뉴 오토’ 전략에 맞은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 채택했다.
현재 폭스바겐그룹은 △아우디 e-트론에 적용된 ‘MLB evo’ △포르쉐 타이칸에 사용된 스포츠 전기차 전용 ‘J1’ △프리미엄 전기차 전용 'PPE'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등 총 네 개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MEB 플랫폼은 다양한 차종에 적용되며, 이를 기반으로 생산을 담당하는 하노버와 츠비카우 공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
독일 슈토켄에 위치한 하노버 공장에서는 약 15000여명의 직원들이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가고 있다. 이곳에서는 미니밴 'ID.버즈'와 ID.버즈 카고를 핵심 모델로 생산하고 있는데, 두 차량 모두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다.
츠비카우 공장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2019년만 하더라도 MQB 기반 내연기관 모델 생산이 주를 이룬 공장이었지만, 불과 3년만에 10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하는 체제로 바꿨다. 이는 최초의 사례다.
폭스바겐그룹의 목표는 플랫폼 전환에만 있지 않다. 이들은 확장형 '통합 플랫폼' 개발에도 열심이다. 오는 2026년 확장형 시스템 플랫폼(SSP)을 토대로 미래 기술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산하 브랜드에서 쓰이고 있는 플랫폼인 MEB와 PPE를 SSP로 통합한다.
이에 대해 안드레아스 윌링겐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 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향후 SSP라는 하나의 아키텍처로 통합함으로써 복잡성과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것”이라며, “모델에 관계없이 동일한 아키텍처가 사용되면 복잡성과 개발비용을 줄여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한 아키텍처를 공유하더라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별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충전과 배터리….전기차의 ‘핵심 사항’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배터리’와 ‘충전’이다. 주행거리는 어느 정도 확보가 된 상황이다.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시장을 살펴봐도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400km를 가뿐하게 넘는 차가 많다.
이에 주요 완성차 업체는 빠른 배터리 충전 기술과 전 세계 전역에 걸친 충전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고선 단절 없는 모빌리티 생태계의 완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그룹은 e-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속화하기 위해 강력한 파트너들과 함께 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완전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자회사 엘리를 설립했다.
배터리 역량을 강화하고 복잡성도 함께 줄여 나가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통합 셀을 도입, 세계에 확장함으로써 2030년까지 그룹 산하 전 브랜드의 80%에 달하는 전기차에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여섯 곳의 기가팩토리를 세워 240GWh의 총생산량을 갖춤으로써 배터리 공급 확보에 만전을 가한다는 방침이다.
충전은 e-모빌리티의 핵심으로, 폭스바겐그룹은 전 세계 주요 시장을 잇는 하나의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4만5000개의 고속 충전 지점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르면 올해 말부터 아우디·포르쉐·폭스바겐 개별 브랜드 간 충전 인프라를 통합하고 본격 확충에 나선다. 150kW급 고속 충전기 설치 비중도 23%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배터리에도 신경 쓴다. 폭스바겐그룹은 배터리의 수명을 차량의 수명만큼 길게 만든다는 목표로, 잔존 수명이 남은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 재사용하거나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폐배터리는 분해해 배터리 원료로 재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독일 잘츠기터에 위치한 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지난해 1월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모이아·카리아드, 미래 핵심 경쟁력 품어
자동차는 진화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진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기술은 '자율주행'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율주행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완전 전기 라이드 풀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모이아’, 폭스바겐그룹의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카리아드’가 있다.
독일 주요 도시에서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모이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승합차를 호출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승객과 함께 차량을 이용하는 합승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유럽에서 첫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함께 만든 전용 버스인 ‘모이아 +6’를 통해 더 많은 이동수요를 아우르면서, 알고리즘이 도심 내 교통상황을 분석해 최적의 동선을 제시함으로써 원활한 교통량을 유지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모이아는 지난 2016년 설립된 이후 하노버, 함부르크 등 독일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은 1000명에 이르며, 이 중 드라이버는 700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300명 정도다.
향후 2025년까지 함부르크에서 확장할 수 있는 자율주행 셔틀 플릿을 개발 및 운영한다는 목표로, 레벨 4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미니밴 ID. 버즈 AD의 시범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모이아 관계자는 “앞으로 승객을 구별하는 것과, 차량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리아드는 지난 2020년 설립된 이후 전 세계에 총 5000여명의 개발자와 엔지니어, 디자이너가 그들의 지식과 역량을 모라 폭스바겐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또 자동차를 디지털 세계에서 지속할 수 있고 안전하며 매끄럽게 연결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술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리아드가 현재 개발 중인 차량용 소프트웨어 기술 플랫폼은 총 3가지로 요약된다. △MEB 기반 차량의 업그레이드 및 OTA가 가능한 E³ 1.1 △PPE 기반 차량의 OTA 업데이트 및 새로운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E³ 1.2 △폭스바겐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 차량에 대한 단일 운영체제와 자율주행 레벨 4를 지원하는 E³ 2.0이다.
이들은 차량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완전한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즉 차량 자체가 결정을 해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직접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 자율주행 구현을 위해 이 회사는 빠른 속도로 정보를 수집하고 10만개에 이르는 프레임으로 도로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 중 돌발 상황에 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자사 클라우드에 보내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또 카리아드는 다음 단계로의 성장을 위해 유기적 성장과 인수합병(M&A)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헬라의 카메라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통합했고, 보쉬와는 레벨 3 자율주행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에 더해 레벨 4 자율주행 실현을 목표로 자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퀄컴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랫폼의 시스템온칩을 탑재할 계획이다.
◆“한국은 중요한 시장”
플랫폼, 자율주행, 배터리, 소프트웨어 등을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뉴 오토 전략은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틸 셰어 사장 주도로 진행된 미래 모빌리티 전략 발표에서 이를 보여줬다.
이들은 한국 시장 진출 18년 만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라는 사명을 폭스바겐그룹코리아로 바꿨다. 신차 출시, 다양한 크로스-브랜드 협력 기회 모색, 전동화 전략, 사회적책임활동 등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산하 4개 브랜드(폭스바겐,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에서 22종의 신차 및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 아테온과 골프 모델로 새해의 포문을 연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가 혼재된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전 세그먼트를 아우른다는 방침이다.
변화하는 시장에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코리아의 차량 디지털화팀은 한국 고객을 위한 보다 맞춤화된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국내에 특화된 지식, 표준화된 테스트 등에 대해 본사와의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전동화 및 디지털화를 준비하기 위한 그룹 마케팅 및 사업개발팀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그룹의 명성관리를 비롯해, 신규 브랜드 론칭 등을 모색한다.
사회공헌활동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코리아는 독일 본사가 진행하는 비영리 코딩학교 42 볼프스부르크 및 국민대학교와 함께 자동차 특화 소프트웨어 개발 산학협력을 위한 3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력의 첫 단계로 올해 하반기,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국민대학교와 함께 선발한 4명의 학생은 6개월간 독일에 머물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볼프슈테판 슈페흐트 폭스바겐그룹코리아 이사회 의장은 “한국은 산하 7개 브랜드가 진출해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라며, "틸 셰어와 그의 팀은 그룹의 방향과 맥을 같이하는 견고한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