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자동차기업 일본 토요타가 신차를 통해 권토중래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2000년대 국내 수입차 시장의 맹주로 호령했던 과거의 영광을 신차를 통해 되찾겠다는 것이다. 토요타는 럭셔리브랜드 렉서스를 통해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독일차들의 질주와 '일본불매운동'으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자존심에 치명상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렉서스 최초의 전기차를 비롯한 다양한 신차를 투입해 다시한번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렉서스코리아는 지난 15일 서울 잠실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커넥트투에서 브랜드 전동화 전략의 신호탄이 될 전기차 'UX 300e'와 뉴 제너레이션 'NX'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두 모델은 모두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순수 전기차(BEV)다.
이번 신차 출시는 의미가 깊다. 수입차 시장은 해를 거듭할 수록 커졌지만,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성장으로 인해 밀려, 한때 1·2위를 다투던 순위는 상위권밖으로 밀려났다. 또 일본 불매로 인해 수년간 힘든 시기도 보냈다.
'수입차=일본차'...독일차와 불매 앞에 주춤
지난 2000년 이후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브랜드의 힘은 막강했다.
이날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01년 한국 시장에 첫 진출한 렉서스는 첫해(840대)와 이듬해(2968대) 힘을 쓰지 못하다가 2003년 3774대가 판매되며, BMW에 이은 2위를 달성했다. 2004년 5362대, 2005년 5840대, 2006년 6581대, 2007년 7520대를 기록하며, 해를 거듭할 수록 판매량을 높여갔다.
이 중 준대형 세단 'ES'의 인기가 뜨거웠다. 이 모델은 2004~2006년까지 4년 연속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하며,'강남 쏘나타'란 칭호도 얻었다.
렉서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친환경차'에 대한 보급도 다른 브랜드 보다 빨랐다. 지난 2006년 국내 첫 하이브리드 모델인 RX 400h를 출시하며, 다양한 전동화 모델 라인업을 도입했다. 현재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은 약 98%에 달한다.
하지만 렉서스는 2008~2010년 3년동안 힘을 쓰지 못했다. 수입차 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던 것과는 반대로 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입차=일본차'로 통했던 공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독일 브랜드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이 차지했다. 이 기간동안 렉서스는 각각 6065대, 5053대, 3857대로 줄어들었다.
침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렉서스는 2011년 이후 매년 판매량을 늘리며, 수입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렉서스는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노 재팬'이 거세게 불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판매량은 줄었고, 기업 이미지 또한 안좋아졌다. 불매 운동 기간 동안 한 시민은 자신이 타고 있는 렉서스 차량을 일부러 파손한 뒤 길거리에 전시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기부금과 사회공헌 활동은 증가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게 불었던 2019년 당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큰 타격을 받았다. 판매량 감소를 넘어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브랜드도 등장했다. 닛산은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인피니티를 포함한 한국내 사업을 모두 접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일본 본사의 실적 악화와 한국내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판매량 급감이 겹치면서 벌어진 결과였다.
렉서스는 국내시장에 남아,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이들은 신차 등 제품 홍보 대신 사회 공헌 활동에 집중했다. 이는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 이후 신뢰도 회복을 위해 사회 공헌 활동에 집중한 사례와 유사하다.
2020년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에서도 같은 모습이 반복됐다. 이 기간동안 기부금은 9억5638만원으로 전년대비 약 1% 늘었고, 홍보비는 31억1012만원으로 27% 감소했다.
이와 동시에 사회공헌활동도 증가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2021년 한해 동안 ▲청소년 예술 활성화 사업 후원 ▲수확물 기부 및 젊은 농부 후원 프로그램 ▲소아암 환아 대상 교육 프로그램 ▲임직원 참여 김장 기부 ▲소방공무원 안전 구조 세미나 등을 시행했다.
차량에 대한 높은 신뢰와 신차로 위기 극복
렉서스는 다른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일본 불매 운동이 한창 일때는 판매량은 가장 적게 줄어들었으며, 수그러든 후에는 큰폭으로 성장했다.
KAIDA에 따르면 일본 불매 운동이 진행되고 있던 2020년 토요타는 6154대를 팔아 전년(1만611대)대비 4457대가, 혼다는 3056대로 같은 기간(8760대)대비 5704대가 줄었다. 반면 렉서스는 8911대로 전년(1만2241대)대비 3330대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후 판매량 회복에서도 렉서스는 단연 1등이었다. 2021년 상반기 토요타는 3217대로 전년 같은 기간(2804대) 대비 14.7% 증가하는데 그쳤고, 혼다는 1687대로 전년 같은 기간(1453대)대비 16.1% 증가했다. 렉서스는 같은기간 4868대로 전년 동기(3597대) 대비 35.3% 증가했다. 다른 일본 브랜드 대비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런 흐름 뒤에는 렉서스 차량에 있다. 이미 렉서스 모델들은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여기에 일본차 특유의 잔고장 없는 이미지가 한 몫했다. 또 탄소중립이 부각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하이브리드 모델만을 판매하는 렉서스에 큰 관심도 주효했다.
이를 발판으로 렉서스코리아는 올해 신차를 내놓으며 판매량 회복과 친환경차 대표 브랜드로써 자리를 공공히 해나간다. 지난 15일 렉서스코리아가 출시한 모델은 전기차 'UX 300e'와 하이브리드(HEV) NX 350h, 플러그인하이브리드 'NX 450h+'다.
먼저 UX 300e는 도심형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EV 전용 대용량 배터리, 가속부터 감속까지 부드럽게 연결되는 주행성능,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과 승차감 등을 내세웠다. 이 모델에는 54.35㎾h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약 233㎞다.
NX는 주행 컨트롤, 공기역학, 경량화, 디자인 등 모든 부분을 전면적으로 개선한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렉서스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하이브리드 등 2가지로 출시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NX 450h+ 프리미엄과 NX 450h+ F 스포트, 하이브리드 모델은 NX 350h 프리미엄과 NX 350h 럭셔리 등 4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전 트림에 고효율 2.5ℓ 4기통 엔진을 적용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NX 450h+는 시스템 총 출력이 307마력, 복합연비는ℓ당 14.4㎞, 1kWh당 3.8㎞다. NX 350h는 시스템 총 출력이 242마력, 복합연비는 ℓ당 14.0㎞다.
강대환 렉서스코리아 상무는 "신형 NX와 UX 300e 동시 출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면서 탄소중립에도 더욱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