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하면서 파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임금피크제 폐지, 신규 공장 신설 등을 요구했다. 내달 1일 파업 찬반투표가 계획되고 있어, 결과에 따라 현대차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2차 교섭에서 임협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들은 "사측이 올해 임협 관련 일괄 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양보만 바라고 있다"고 결렬 선언 이유를 설명했다.
또 사내 소식지에서는 "노후화된 공장과 설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사측은 명심해야 한다"며 "노후 공장을 새로 짓던, 유휴 부지에 공장을 짓던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수당 현실화, 신규인원 충원, 정년 연장, 고용 안정, 그리고 미래차 산업 관련 공장 신설을 요구했다.
노조는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고, 오는 2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 달 1일 전 조합원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의 여부가 결정되지만, 파업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파업이 현실화 된다면 이미 원자재 가격 상승, 차량용 반도체 부족 장기화로 생산 차질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9년부터 이어져 온 3년 연속 무분규 타결 기록도 사라지게 된다.
현대차 입장에서 노조의 파업은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미국 자동차 업체 GM‧스텔란티스‧포드 등 빅3를 모두 제치고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월 국내와 미국에 대규모 투자도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 일정에 맞춰 미국 현지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55억달러(약 6조9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앞선 18일에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올해 35만대로 예상되는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확대한다.
생산차질과 피해도 예상된다. 매년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차질 금액은 1조원을 넘고 생산차질대수도 수만대에 이른다.
노사와의 협상 결렬에 대해 현대차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이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결렬을 선언해 매우 유감이다"며 "더 심도 있게 논의해 교섭을 마무리하고, 노사가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