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마련이다. 첫 출근, 월급, 차 등에는 큰 의미가 부여된다. 하지만 긴장도 같이 따라온다. "잘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해 수만 가지 생각이 쏟아진다.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수반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던 업체들이 하나둘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가솔린·디젤과는 다른 전기로만 가는 차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 정성을 쏟았고 전용 플랫폼까지 나오는 발전을 이뤄냈다.
이번에 시승한 'UX 300e' 모델은 렉서스 브랜드 최초의 전동화 모델이다. 2022년에야 국내에 출시됐다. 다른 브랜드들이 이미 몇년 전에 전기차를 내놓은 것을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한다. 그래서 렉서스는 이 차를 더 정성 들여 만들었다.
지난 17일 제주도에서 UX 300e를 만났을 때 기억이 생생하다. 첫인상은 낯설지만 익숙했다. 쭉 찢어진 헤드램프와 거대한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 고유 디자인 패밀리룩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전히 날카롭지만, 정감이 간다. 가장 멋있게 보인 부분은 뒷모습이다. 하나로 이은 주간 주행등과 여러 선의 조화가 작은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실내에서는 아직 옛날 향수가 묻어나온다. 운전자와 거리를 두고 있는 작은 화면과 눈에 익은 디자인 구성이기 때문이다.
이 차에서도 전기차다운 특징이 그대로 묻어난다. 가속은 힘들이지 않고 가능하다. 귀에 들여오는 모터 소리도 익숙하다. 204마력, 30.6kg·m의 힘으로 차는 움직인다. 적은 듯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도 이를 웃도는 운전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물론 UX 300e의 매력은 잘 달리는 데에만 있지 않았다. 핸들링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 티가 났다. 낮은 차체와 이상적인 무게중심으로 연일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는 배터리를 차량 중앙 하부에 넣은 것과 뛰어난 조타 응답성과 주행 안정성을 확보한 GA-C 플랫폼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1830kg의 무게가 경쾌한 움직임까지 선사하면서 달리고자 하는 욕구를 더 부추겼다. 코너 입구와 출구에서 운전대를 돌린 것보다 차가 덜 돌아가는 느낌의 언더스티어는 간헐적으로 느껴지지만, 크게 불안감을 주지는 않는다.
주행모드는 소리에서 차이가 났다. 밟은 힘과 나가는 힘에서는 차이가 없었지만, 노멀에서 스포츠 모드로 모드를 변경하면 뒤쪽에서 얇고 낮은 고주파음이 실내 전체를 채운다.
주행거리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UX 300e에는 54.35kWh(킬로와트시) 배터리가 탑재해 233km를 간다. 시내를 위주로 다니고, 소위 말하는 집밥(집에 전기차 충전 시설이 갖춰진 것을 말함)이 가능한 집에서는 최고의 차량이다. 하지만 위의 조건들이 하나라도 어긋나는 순간 400km를 넘는 다른 차량과 경쟁에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렉서스는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법도 함께 마련했다. 회생제동 기능이다. 기어 레버에서 B모드로 변경 후 운전대 뒤에 있는 패들시프트로 단계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단계마다 차이는 크지 않고, 원페달 드라이빙은 지원하지 않는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5490만원으로 책정됐다. 시승이 진행된 제주도 기준 총 950만원의 전기차 보조금이 지원된다. 서울은 이보다 적은 777만원이다. 적게는 4000만원 초반에서 중반으로 구매할 수 있다.
시승을 마치고 차량을 둘러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전기차가 있지만, 모든 요구사항을 만족시키지는 않는다. 성능이 좋으면 주행거리가 짧기도 하다. 또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성능과 편의 장비들이 떨어질때도 있다. 이번에 시승한 렉서스 UX 300e도 완벽한 차는 아니다. 주행거리는 부족할 수 있지만, 가격과 디자인 그리고 주행 느낌 등을 생각한다면 많은 매력을 가졌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