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가 중국산 배터리를 전기차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첫 주자는 기아의 니로EV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가 지난 7일 출시한 전기차 니로EV는 중국의 대표 배터리업체 CATL의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전까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모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업체들이 제조한 배터리를 사용해왔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CATL가 기아 니로EV에 납품한 배터리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아닌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라는 점이다. CATL은 주력제품인 LFP 배터리에 이어 NCM 배터리까지 제품군에 포함시키며 전 세계 유일한 2개 양극활물질 기술을 확보했다.
자동차업체들과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번 기아 니로EV의 CATL 배터리 탑재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기아가 니로EV에 중국산 CATL 배터리를 사용함으로써 향후 다른 전기차에서도 중국산 배터리가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기아가 CATL 배터리를 선택한 것에 대해 '공급망의 다양성 확보'와 '경쟁력 있는 가격'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 외에 CATL을 공급선에 추가함으로써 공급망을 더욱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중국 CATL의 배터리 가격이 국내 배터리 3사보다 더 저렴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CATL을 공급선에 추가함으로써 국내 배터리 3사의 가격결정권을 낮추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공급망 다양화의 일환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배터리업계는 CATL의 니로EV 배터리 납품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이 CATL을 배터리 공급사에 추가함으로써 국내시장에서도 배터리 3사와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진 졌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CATL가 주력제품이던 LFP배터리가 아닌 NCM배터리를 납품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CATL이 만든 NCM배터리가 니로EV를 통해 신뢰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게 될 경우 향후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NCM배터리 시장이 주도권을 중국업체가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CATL 배터리 선택에 서운해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국내 배터리 3사들이 유럽과 북미, 동남아 등지에서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실제 CATL는 독일 튀링겐주에 배터리공장을 설립해 벤츠를 비롯한 유럽 완성차업체들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글로벌 전기차업체 1위인 테슬라의 공식 배터리 공급사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북미지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공장 부지 확보에 나선 상태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공급망 추가 확보 차원에서 CATL를 선택한 것은 이해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업체를 선택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은 33.7%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이 14.9%로 2위에 올랐으며, SK온은 7%로 5위, 삼성SDI는 4%로 7위를 기록했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1위를 차지한 CATL을 포함해 3위 중국 BYD(12.1%), 6위 CALB(4.1%), 8위 귀시안(2.7%), 9위 신왕다(1.4%), 10위 에스볼트(1.3%) 순이었다. 4위는 일본의 파나소닉으로 10.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