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다양해지면 소비자는 행복해진다. 선택의 고민이 늘어나고 비교를 통해 나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 가령 식품을 하나 사려고 해도 같은 상표를 달고 있지만, 맛이 다른 경우부터 크기도 제각각이다. 자동차 똑같다. 세단인지, SUV든 같은 모델이라 하더라도, 가솔린, 디젤 등 다양한 엔진을 기반으로 한 라인업은 많을수록 소비자에게 좋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도 그렇다. 단일 디젤 엔진 하나만 판매되고 있었지만, 최근에 하나가 더해졌다. 바로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 푸조 3008 SUV 1.2 퓨어테크 가솔린 GT 모델이다.
푸조를 생각하면 "프랑스 자동차라서 존재감 있다"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도로 위에서 주는 모습을 생각하면 쉽게 납득이 된다. 푸조만의 디자인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모습이고, 사자 송곳니를 떠오르게 하는 주간 주행등, 발톱으로 할퀸 듯한 그릴은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자 문양의 엠블럼과 보닛 하단 3008 레터링 또한 특별함을 더한다.
고개를 살짝 틀면 같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요소들이 눈에띈다. 전륜구동 모델의 특징 중 하나는 앞쪽의 오버행이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율상 예쁠 수가 없다. 이 차도 같은 태생이다. 하지만, 안쪽으로 깊이 파고든 헤드램프, 밑으로 내려간 주간 주행등, 안쪽으로 파진 그릴, 바퀴 윗부분을 감싸는 검은 플라스틱이 이런 단점을 커버한다. 완전히 매력적인 옆태를 가진 차로 거듭난 것이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새롭고 독특하다. 2012년 출시된 푸조 208부터 내려온 아이콕핏의 가장 최신버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창의적이지만, 인체공학적이다. 콤팩트 스티어링 휠, 헤드업 클러스터, 간단히 손을 뻗어 조작이 가능한 터치스크린과 피아노 건반이 떠오르는 토글스위치 등이 그렇다. 여기에 마사지 시트까지 더해져 더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겉보기엔 작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여유 있는 2열 공간과 트렁크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문을 열고 편하게 자세를 취했을 때, 펼쳐지는 머리와 무릎공간은 놀라울 따름이다. 분명 오래 앉아서 장거리 여행을 위한 넉넉함까지는 아니지만, 잠깐 함께 타기 좋은 공간인 것은 틀림없다. 특이한 것은 조수석 시트도 앞으로 완전히 접힐 수 있다는 점이다. 뒷좌석을 함께 접게 된다면 차박 또는 캠핑을 가서도 충분한 공간이 생긴다.
이 차의 가장 큰 변화는 엔진이다. 디젤이 아니라 가솔린이라는 점이다. 탄소중립이 불고 있는 상황에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모델 추가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차가 주는 매력은 확실하다. 탑재된 1.2 퓨어테크 엔진은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3.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ℓ당 12.2km다.
가솔린 엔진의 힘이 디젤 모델 대비 더 높은 것은 아니지만, 앞바퀴를 묵직하게 굴린다. 여기에 과급기(엔진에 흡입되는 공기를 압축하는 장치)의 한 종류인 터보차저가 더해져 연료 효율과 가속 시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과속 방지턱을 넘었을 때 충격은 잘 흡수하고 뒤로 전달되는 잔진동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서스펜션은 잘 조율된 느낌이다.
분명히 엔진은 작아지고 힘은 약해졌지만, 차의 움직임은 경쾌하다. 다루기 좋은 운전대와 1510kg밖에 되지 않는 몸무게 덕분이다. 그래서 연일 운전대를 과하게 틀어도 쉽게 지치지 않아, 재밌는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코너에 진입하고 나올 때 바퀴는 노면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타이어의 폭이 225mm, 편평비(타이어의 높이와 총폭의 비율)는 55mm에 불과했는데도 그랬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두고 달린다면 훨씬 빠르고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스포츠 모드 외에 다른 주행모드는 표준, 에코, 머드 샌드 등 다양하지만, 큰 차이를 느끼기가 힘들다. 페달을 밟았을 때 느껴지는 응답성, 배기 사운드에서도 구별되는 특징이 없다.
시내·고속도로·코너 등 다양한 구간에서 차량을 시승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량에 들어가 있는 앞차와의 거리를 알아서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피곤한 상황에서 충분히 맘을 놓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푸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기대와 설렘이 컸다. 경차보다 조금 큰 엔진 사이즈에 자칫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소위 힘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오히려 반대였다. 운전의 재미는 높았고 편안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고 시승 차를 떠나보내는 그 길이 아쉽게 느껴졌다. 가격은 462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