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글로벌엔캡(GLOBAL NCAP)이 진행한 충돌 테스트로 인해 전 세계 차량 안전 표준에 대한 기준점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별로 다른 안전기준이 적용되면서 한 회사에서 만든 차량임에도 생산지에 따라 안전성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결과 글로벌엔캡의 충돌테스트로 드러난 것이다.
30일 모터1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엔캡이 진행한 충돌 테스트에서 현대차 소형 엑센트와 그랜드 i10의 결과가 다르게 도출됐다. 테스트에 사용된 차량은 각각 멕시코 공장, 인도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이다.
테스트 결과는 국가마다 다른 안전 규제에 따른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랜드 i10 세단은 불안정한 구조와 운전자 보호가 취약해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워드(David Ward) 글로벌엔캡의 사장은 "그랜드 i10은 승객 구역의 보호 수준은 치명적이거나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반면, 엑센트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차체는 승객을 잘 보호했으며, A필러는 구부러지지 않았으며, 앞 유리는 크게 손상이 없었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각각 그랜드 i10에는 2개의 전면 에어백이, 미국 사양의 엑센트에는 6개의 에어백이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진행된 테스트 차종이 모두 현대차라는 점은 의아하다. 얼마 전 글로벌엔캡이 진행한 기아 셀토스 충돌 테스트에서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셀토스가 글로벌엔캡에서 받은 등급은 별 3개였지만, 호주 신차 평가 프로그램(ANCAP)에서는 별 5개였다. 일부 국가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대륙, 또는 제품에 따라 안전도 평가가 다르게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유럽 신차 안정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엔캡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다른 대륙에서 진행되는 평가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기도 한다. 같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은 국가마다 존재하는 안전 규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규제가 달라 차량에 들어가는 안전 장비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탑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이런 차이가 계속된다면 아직 안전에 대한 규제가 심하지 않은 인도, 베트남, 남미 등의 국가에서 해당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게 된다.
그래서 이번 결과는 자동차 시장이 매년 커지고 있는 신흥 시장에서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현대차가 이곳에서 점점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매년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도에서 현대차는 올해 1~5월 21만8966대를 판매해 마루티에 이은 2위를 달성했다.
베트남에서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한 1만8670대를 팔았다. 판매량은 1위에, 시장 점유율은 16.1%에 이른다. 멕시코에서는 진출 8년만에 누적판매 3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5월 총 3338대가 팔리면서 시장 점유율은 4%다.
알레한드로 푸라스(Alejandro Furas) 라틴엔캡 사무총장은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소비자는 자동차에서 동일한 수준의 안전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면서 "국경을 넘는 안전 격차는 더 이상 존재하지 말아야 하고 우리는 제조업체들이 세계의 이중 잣대 전략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