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국내에 신규 공장을 짓고 채용도 함께 진행하기로했다. 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만에 채용은 10년만이다. 현대차는 시설투자, 품질 시스템, 직무전환 교육 등도 함께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급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11일 열린 15차 교섭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공장 미래투자 관련 특별합의서를 마련하는데 합의했다. 합의서는 세계 전기차 시장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자 전기차 전용공장을 2023년 착공하고 신공장 차종 이관 등 물량 재편성과 연계해 기존 노후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국내 신설 공장 투자는 지난 5월 발표한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 투자하겠다는 계획과 결을 같이 한다. 당시 현대차∙기아∙모비스 3사는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 분야에 3사는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더불어 PBV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등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국내 투자 모두 목표는 동일하다. 이를 통해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결정인 것이다.
이번 시설 투자와 함께 현대차는 생산 품질 시스템도 도입한다. 이는 급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품질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다른 완성차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고 있는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무전환 교육 포함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노사는 국내 공장과 연구소가 미래 신사업 성공의 선도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을 재확인하고, 미래 신사업 관련 설명회를 매년 1회 시행하기로 했다.
노사는 임단협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에도 합의했다.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노조는 그동안 조합원 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2000명 이상 퇴직하면서 신규 채용을 요구해왔다.
이번 국내 투자와 인력 채용은 노사간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 의견을 맞춰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의 의견 싸움을 계속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동안 12차례나 만났지만 진척이 없었고 찬반 투표에서도 71.8%가 찬성해 파업이 가결된 바 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노조의 파업은 당연한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대차 이런 결정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조가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게된 것은 강성 노조가 집권한 것도 영향을 끼쳤지만, 지난 5월 발표한 국내 투자계획에서 신규 공장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안현호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미래산업대비 국내 신공장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노후화된 공장과 설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노후 공장을 새로 짓던 유휴 부지에 공장을 짓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입장에서 파업은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차량 출고와 불안한 국제정세로 인해 상승하는 원자재값 등 이미 산재한 악재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 맞는 파업이라는 점도 큰 리스크였다. 정회장의 취임 이후 노사는 2020년에는 코로나 19로, 2021년에는 지속되는 코로나 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등으로 무분규 타결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산은 남았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신공장건설·신규인력 채용과 함께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호봉제도 개선 및 이중임금제 폐지,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전날 임금 인상과 관련해 2차 제시안을 내놨다. 기본급 9만5000원 인상, 성과급 280% 및 400만원, 주식 10주(약180만원 상당), 재래상품권 10만원, 2교대 포인트 15만원 등이 그것이다. 앞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급 250%+300만원 등의 1차 제시안에서 진전된 수준이지만 여전히 노조측의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요구와는 차이가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내외 리스크가 있지만, 국내 공장 미래 비전과 고용안정을 중심으로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렸다"며 "경영환경 불확실 속에서도 국내 사업장이 글로벌 허브 역할과 미래산업 선도 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