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안드레아스 월링겐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 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026년 '확장형 시스템 플랫폼(SSP)'을 토대로 미래 기술을 구현한다는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SSP는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MEB와 프리미엄 전기차 플랫 PPE의 뒤를 잇는 그룹의 전기차 통합 플랫폼이다.
그룹은 MEB와 PPE를 통해 전동화 모델을 제품을 다양화하고 이후 SSP라는 하나의 아키텍처로 통합함으로써 복잡성과 개발비용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함께 수반되는 것이 바로 다른 자동차 업계와의 플랫폼 공유다. 이미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에 MEB를 공급하고 있다.
그룹이 플랫폼 통합과 공유에 집중하는 이유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전기차는 자동차 제조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을 뿐더러 배터리 등 제조에 드는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드레아스 월링겐 CSO는 "앞으로 그룹 산하의 모든 브랜드와 제품은 SSP를 기반으로 제작될 예정"이라면서 "전체 수명 주기에 걸쳐 약 4000만대 이상의 차량이 SSP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아키텍처로 통합함으로써 복잡성과 개발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통합됨으로써 염려되는 부분은 바로 '획일성'이다. 폭스바겐그룹이 거느린 자동차 브랜드는 대중 브랜드 폭스바겐에서부터 프리미엄 아우디, 스포츠카 포르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뼈대로 이 모든 차량을 만드는 것이 의아한 것이다.
하지만 그룹은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차별성을 더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별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보이는 디자인·뼈대가 아닌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제품이 가진 특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룹은 배터리 내재화 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안드레아스 CSO는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이고,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이를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었고 6개의 배터리 전용 공장도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남부 지역에도 배터리 공장 개소 계획을 발표했으며, 인하우스 배터리 전략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배터리 전략을 안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동화로 인해 인력 감소 등이 이뤄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동화가 기존의 인력을 줄이는 용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전환의 과정이라고 본다"라면서 "내연기관 차량 개발을 담당하던 인력들이 전동화를 거치면서 어떠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연기관 차량 개발 엔지니어의 경우 SW 엔지니어로 적극적으로 전환하고 있고 현재까지 카리아드에서 1만명이 재고용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폭스바겐그룹은 뉴 오토 그룹 전략을 기반으로 오는 2030년까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메카트로닉스, 소프트웨어, 배터리 및 충전, 모빌리티 솔루션 등 4개 기술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