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도 반도체 수급 불안정, 원자잿값 상승, 판매량 감소 등의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으로 기록했다.
이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 확대와 고환율 및 인센티브 축소 효과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판매량 감소에도 빛난 '친환경 차' 성장
기아는 22일 올해 2분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총 73만3749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줄어든 수치다.
국내는 전년 대비 5.0% 감소한 14만868대를 기록했다. 신형 스포티지 및 EV6 판매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일부 부품의 공급 부족에 따른 주요 차종 생산 차질이 영향을 끼쳤다.
해외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59만2881대가 판매됐다. 특히, 북미(0.7%), 유럽(1.4%), 인도(46.4%) 아중동(10%) 등에서는 성장했지만, 중국(49.3%), 러시아(70.4%)에서는 큰 폭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이에 대해 기아는 "러시아 권역의 판매 중단 영향이 가시화됐지만, 수익성이 더 높은 다른 권역으로의 물량 전환, 북미와 유럽에서 공급 확대, 인도 공장 3교대 전환, 카렌스(인도)·신형 스포티지 등 신차 효과 등으로 판매 차질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친환경 차 판매는 크게 증가했다. 전기차 EV6의 빠른 판매 확대에 힘입어 기아는 전년 동기 대비 78.9% 성장한 13만3000대를 기록했다. 전 차종 판매에서 친환경 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대비 8.7%포인트 상승한 17.7%를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EV6와 니로 EV 등 전기차가 4만4000대로 가장 높았으며, 니로·쏘렌토·스포티지 등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가 6만7000대, 니로·씨드·쏘렌토 등을 중심으로 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2만1000대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와 서유럽(EU+EFTA) 시장에서는 EV6 판매가 본격 확대되며 전기차 판매 비중이 각각 국내 9.9%, 서유럽 12.5%로 크게 확대됐다. 미국에서도 EV6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며 2분기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5.3배에 달하는 1만대를 기록했고, 전기차 비중은 5.5%로 전년 동기 0.9%에서 약 6배로 커졌다.
역대급 실적 달성...매출액 최초 20조 돌파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매출액, 영업이익 등에서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기아는 올 2분기 매출액 21조8760억원, 영업이익 2조234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3%, 50.2%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분기 최고 매출은 지난 1분기의 18조3572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에 달성한 기존의 최고 영업이익(1조6065억원)을 또 한 번 넘어선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1조4872억원)보다는 50.2% 증가했다. 아울러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매출원가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원가율은 큰 폭의 매출 확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2.2%포인트 개선된 79.1%를 기록했다.
판매관리비 역시 브랜드력 제고를 위한 마케팅비와 기말환율 변동에 따른 판매보증비 등이 증가했지만, 효율적인 비용 집행으로 판매관리비율은 전년과 유사한 10.7%를 기록했다. 경상이익은 2조6239억원, 당기순이익 1조8810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실적은 SUV 등 고부가 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이날 기아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 2분기 RV(레저용 차량) 판매 비중은 65.4%로 전년 동기(56.5%)대비 8.9% 늘었다.
더불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이 1260원으로 전년 대비 12.3% 상승하며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
기아 관계자는 "일부 부품 수급 차질과 재고 부족이 지속돼 도매 판매가 감소했지만,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 구조와 인센티브 축소를 통한 제값 받기, 가격 정책, 우호적 환율 효과가 더해져 매출과 수익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아의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경영실적은 판매 141만9488대, 매출액 40조2332억원, 영업이익 3조8405억원, 당기순이익 2조9135억을 기록했다.
풀리는 부품수급과 신차로 하반기 준비
기아는 하반기 전망에 대해 "코로나19 재확산, 국제 관계 불안정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 심리 위축 등 불안정한 대외 환경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하반기 가시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 상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친환경 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크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기아는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 개선과 연계해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가용 재고 및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높은 대기 수요를 빠르게 해소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EV6의 생산량 확대를 추진한다. 더불어 국내 시장에서 고성능 전기차 EV6 GT, 미국에서 텔루라이드 상품성 개선 모델 및 신형 스포티지, 유럽 시장에서 신형 니로 등 시장별 핵심 차종의 성공적인 출시와 판매 본격화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