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기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의 도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이전세대 모델의 도난 방지 장치 부재로 인한 것이지만, 텔루라이드가 웃돈을 줄 만큼 인기 모델이라는 점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모터비스켓 등 외신은 기아 텔루라이드를 훔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난이 증가하는 이유는 2021년 이전에 생산된 모델들에는 도난 방지 장치인 '이모빌라이저'가 부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에 내장된 암호가 내부 전자장치 암호와 일치해야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장치다.
외신은 이에 따라 도둑들이 컨트롤 패널을 벗겨 내고 USB 포트 또는 드라이버를 사용해 차량에 시동을 걸 수 있어 쉽게 차량을 탈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아미국판매법인은 모두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절도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인지해 현지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표준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장착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텔루라이드가 미국 내에서 웃돈을 주면서까지 구매하는 큰 인기를 보이는 차종이라는 점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인기가 많아 도둑들에게도 표적이 된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많이 팔리는 포드의 픽업트럭 F-150, 혼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의 도난 사건이 많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텔루라이드는 지난 미국 시장에서 2019년 2월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뛰어난 상품성을 인정받아 70여개의 자동차 분야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2020 북미 올해의 차,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전문지로 꼽히는 모터트렌드의 2020년 올해의 SUV, 미국 유명 자동차 전문지 카 앤드 라이 제 2020 10베스트 등 북미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자동차 상들을 잇달아 수상했다.
이는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만 9만3705대가 팔리면서 K3(11만1545대), 스포티지(9만4601대)에 이은 3위를 달성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텔루라이드는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품질과는 상관없이 부정적인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입은 것이다.
기아는 "모든 2022년식 차량에 엔진 이모빌라이저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들은 연방정부의 차량 안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