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자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들고나오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대자동차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여기에 지속되는 리콜까지 겹치며 현대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IRA 대응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공영운·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미국의 정·재계 인사를 만나 IRA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이뤄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조기 착공을 둘러볼 것으로도 점쳐진다.
이번에 문제가 된 IRA는 현대차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IRA는 북미지역에서 최종 조립하는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코나EV, 제네시스 GV60, EV6, 니로EV 등 5개 전기차 모델은 물론이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까지 모두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미국에서 1만5000여 대가 판매된 아이오닉5의 경우, 대당 보조금은 약 7500달러(1000만원)였다.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강구 중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 약속했던 전기차 전용 공장의 완공 시점을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앨라배마 공장의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 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기아도 내년 하반기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려던 EV9 등을 조기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국산 배터리·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지금은 신에너지차 권장 목록으로 바뀌었지만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자동차용 전력전지 산업표준에 관한 규정이 있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이 둘의 핵심은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만 중앙 정부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걸 골자로 한다.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하고 있는 코나·니로 EV에 중국 배터리 업체 CATL 제품이 들어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전략으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큰 성장을 이뤘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는 29일(현지시간) 공시를 통해 올해 1∼6월 순이익이 36억위안(약 75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506억위안(약 29조4000억원)으로 65% 증가했다.
최근 진행되는 시정조치(리콜)도 고민이 깊어지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8월 들어 북미에서는 3차례, 중국에서는 1차례 리콜이 발표되었다.
먼저 북미에서는 지난 10일 구형 기아 K5(현지명 옵티마) 26만대가 충돌로 사이드 에어백이 작동했을 때 천장 플레이트가 느슨해지면서 떨어지는 현상으로 리콜됐다. 23일에는 전면 와이퍼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문제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12만대가, 다음날인 24일에는 2020~2022년형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차량 28만대에 대해서도 리콜이 발표됐다. 원인은 해당 차량 일부의 견인용 연결 장치(토우 히치)의 회로 기판에 먼지와 습기가 쌓이는 경우 전기 합선으로 주행 중이거나 주차 상태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다.
중국에서도 리콜 조치가 시행되었다. 이날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자사 중형 SUV 셩다와 준준형 SUV ix35의 리콜을 최근 시행했다. 셩다는 2015년 8월 18일부터 2018년 7월 27일 사이에 생산된 차량 2만5039대,ix35는 2014년 8월 11일부터 2017년 12월 28일까지 생산된 18만959대 등이다. 사유는 주행 안정성을 유지하는 장치는 전자 제어 유압 장치(HECU)의 내부 결함으로 의심된다.